마스크도, 수비벽도 못 막았다...'16강 기적' 이끈 손흥민의 절묘한 AS

[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손흥민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격파했다.

이날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경우의 수' 전제 조건은 단 하나였다. 바로 승리였다. 그 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를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못했다. 전반 5분 호르타에게 기습적인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너무 이른 시간 실점이었다.

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빠르게 분위기를 재정비했고, 전반 중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전반 27분 이강인의 코너킥이 호날두에 맞고 흘렀고, 이를 김영권이 놓치지 않고 밀어 넣었다. 하지만 한국은 한 골이 더 필요했다.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16강 가능성이 열렸다.

후반 추가시간 기적이 일어났다. 포르투갈의 코너킥을 막아낸 뒤 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손흥민이 운반한 공은 황희찬에게 연결됐고, 극적인 역전골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한국은 포르투갈을 잡아냈고, 우루과이 역시 가나에 승리하며 승점 4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다득점에서 2골 앞선 한국이 16강에 올랐다. 

이날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카잔의 기적'이 일어난 독일전에서도 울음을 터뜨렸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다른 의미였다. 당시 독일이라는 거함을 격침하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손흥민과 한국은 이번에 16강 진출이라는 결과까지 챙겼다. 

힘든 상황 속에서 황희찬의 골을 도운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대회 개막 전 부상을 당했다. 소속팀 토트넘 훗스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안와 골절 부상을 입었고, 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특별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참가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손흥민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는 것이었다.

손흥민은 1, 2차전을 포함해 이번 경기 역시 100% 컨디션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간혹 번뜩이는 돌파와 패스를 보여줬지만 마스크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고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희찬에게 패스하기 직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쓰고 70m 가량의 먼 거리를 뛰어온 손흥민을 3명의 포르투갈 선수들이 둘러쌌다. 디오고 달롯, 윌리엄 카르발류, 주앙 팔리냐가 막아섰다. 하지만 손흥민은 그들 사이로 절묘하게 패스를 찔러줬다. 이를 황희찬이 마무리하며 '알 라얀의 기적' 스토리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