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문집 '한 변호사의 초상' (1)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김삼웅 입력 2022. 12. 3.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51] "그는 가슴의 사람이다. 그는 페이소스(Pathos)의 사람이다"

[김삼웅 기자]

▲ 한승헌 변호사 
ⓒ 자료사진
 
그는 많은 글을 쓰고 책을 냈다. 장르도 시ㆍ수필ㆍ평론ㆍ인물론ㆍ변론집 등 다양하다. 이와 함께 남들이 그에 관해 쓴 책이 있다. 뒤에 소개하겠지만 미수(米壽)에 맞춰 나온 기념문집이 있고, 이보다 훨씬 앞서 <한승헌선생회갑문집-한 변호사의 초상>(범우사)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

회갑인 1994년 11월에 나온 회갑문집은 각계의 지인들이 그린 그의 초상이다. 18년 뒤 '미수문집'이 간행된 시점으로 보면 한승헌 생애의 '중간평가'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명사들의 회갑문집이나 칠순문집, 미수문집 등이 대부분 당사자를 치켜세우는 일종의 '주례사직 문집'을 벗기 어렵지만, <한 변호사의 초상>은 '전통적인 문집'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간행위원으로 박원순(변호사)ㆍ박종화(목사)ㆍ신인령(이화여대 교수)ㆍ윤형두(범우사 대표)ㆍ임헌영(문학평론가)ㆍ장영달(국회의원)ㆍ정동익(언론인)ㆍ최종고(서울법대교수)ㆍ한명숙(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면면이 '주례사식'의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집은 유현석 선배 변호사의 <신언서판으로 본 한승헌 변호사>란 하서와 신영복의 <새벽일꾼>이란 휘호, 이철수와 정운경의 축화 등이 눈길을 끈다. 언론인 김중배의 <내릴 수 없는 '재야정신'의 깃발>, 신경림 시인의 <해보다 더 붉은 빛으로>의 축시에 이어 각계 인사 50인의 글이 실렸다. 여기에는 10여 명의 외국인도 포함되었다. 몇 분의 글을 골랐다. 출처는 <한 변호사의 초상>(범우사), 1994년판이다. 

김중배의 <내릴 수 없는 '재야정신'의 깃발>의 한 대목이다.

생각건대 그것은 필경 그의 변호사다운 변호사로서의 치열한 '재야성' 또는 '재야정신'에 뿌리하는 것으로 헤아려진다. 물론 그의 재야성은, 그가 흔히 일컬어지는 재야법조인으로서, 그동안 재야인사들의 변론을 도맡다시피 해왔다는 전력만으로 풀이될 수는 없다. 말의 정확한 뜻에서 그것은 오히려 재야성의 타오름이 빚어낸 결과일 뿐이다. 

전문적인 변호사의 소명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재야성 또는 재야정신은, 독립불기(獨立不羈)의 예언자적 정신과 권력에 깃든 우상의 파괴와 이른바 '마술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변증법적 비판의 논리 등으로 열거된다. 조금은 성급할지도 모르나, 나는 이쯤에서 주저없이 말하고자 한다. 우리의 한승헌 변호사, 그야말로 그 재야성 또는 재야정신의 귀감이며 화신임을. 

강원룡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의 <크리스찬아카데미 안팎의 인연>의 한 대목이다.

특히 5.16군사혁명 이래 참으로 격동기였던 30여 년 동안 만난 많은 사람 가운데 내 머리 속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몇 사람 중에 한 사람은 그가 틀림없다. 그러기에 그 많은 사건과 격랑 속에서 내가 받아온 한승헌의 강한 인상은, 우선 법률가인 그의 직업과도 관계가 되겠지만, 정의감이 투철하여 불의와는 전혀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분만한 실력과 인물이라면 적당히 타협하고 살면 크게 출세했을 터이고, 본인이 피하고자 했다면 그 고된 시련들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와 관계된 일로는 그가 쓴 글이 이른바 간첩 김규남을 변호ㆍ찬양한 내용이라 하여 반공법에 걸려 옥고를 치르려던 때에 법정에서 그의 증인을 섰던 것이 기억난다. 그 글은 문학적 작품이었는데, 군사독재 정권이 그를 매장시키기 위해 덮어씌운 사건이었다고 기억된다. 연약한 그의 몸이 밧줄에 묶여 피고석에 앉은 모습을 증인석에서 보면서, 억압정권의 횡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적당히 양보하고 눈 감고 살면 저런 일들은 안 겪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강희남(목사)의 <우리 민중운동사의 금자탑>의 한 대목이다. 

선생은 그 걸음걸이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바람 부는 날 갈대를 연상케하리 만큼 휘청거린다. 그는 하나의 갈대이다. 갈대도 갈새가 벗하여 울어주는 강기슭에 난 것이 아니고 '산정(山頂)의 갈대'다. 그는 외로운 갈대다. 그러나 그는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갈대'다. 사람의 지혜는 다혈질적인 체구에서라기보다는 갈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분명 머리의 사람이다. 로고스(Logos)의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차가운 머리의 사람만은 결코 아니다. 그는 가슴의 사람이다. 그는 페이소스(Pathos)의 사람이다. 이것은 그가 가난한 민중들에게 쏟아부어주던 그 열정이 증명한다. 인권변호사하면 다 알 만한 일이다. 그러기에 그는 현재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