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하! 한국 과학자들, 펭귄처럼 잠수했던 공룡 찾았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12. 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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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서울대 이융남 교수, 몽골 고비사막서 발굴
펭귄처럼 갈비뼈가 꼬리 쪽으로 누워
유선형 몸통 가능해 물 저항 덜 받아
”공룡이 다시 물로 터전 넓힌 증거”
나토베나토르 공룡이 잠수를 하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의 상상도. 오늘날 펭귄이나 바다쇠오리처럼 몸이 유선형이어서 잠수를 할 때 물 저항을 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Yusik Choi.

한국 과학자들이 펭귄처럼 유선형 몸으로 잠수를 하며 물고기를 잡았던 공룡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육지에 살던 공룡이 깃털이 생기면서 하늘로 생활 반경을 넓힌 것처럼, 일부는 잠수에 적합한 몸으로 진화하면서 물을 터전으로 삼게 됐다는 것이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오늘날 잠수를 하는 새인 펭귄이나 바다쇠오리처럼 몸이 유선형으로 된 공룡 화석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기원한 육지 공룡이 다시 물로 돌아간 증거를 찾은 것이다.

서울대 이융남 교수 연구진이 몽골 고비사막에서 공룡을 발굴하는 모습. 앉아 있는 사람들이 왼쪽부터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박사과정 김수환, 제1저자인 박사과정 이성진, 공저자인 박진영 박사이다./이융남 교수,

잠수에 적합한 골격 구조 가져

연구진은 2008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캐나다 알버타대의 필립 커리 교수, 몽골과학원 고생물학연구소의 린첸 바스볼드 박사 연구진과 함께 두개골과 척추, 앞다리 하나와 뒷다리 두 개가 있는 새 크기의 공룡 화석을 발굴했다. 알버타대의 석사과정 연구원이던 로빈 시슨스가 땅 위로 튀어나온 뼈를 처음 발견했다.

연구진은 화석을 석고로 덮어 안전하게 한국으로 가져와 분석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이성진 박사과정 연구원과 공동 저자인 박진영 박사, 김수환 박사과정 연구원이 화석의 골격 구조를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까지 동원해 분석했다. 공룡은 키가 30㎝이고 몸길이는 45㎝ 정도로 추정됐다.

이융남 교수는 “골격을 분석해보니 공룡은 이전에 보지 못한 유선형 몸통에 거위처럼 기다란 목을 갖고 있었다”며 “주둥이에서는 앞쪽에 100여개의 작은 이빨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공룡 화석에 ‘나토베나토르 폴리돈투스(Natovenator polydontus)’란 이름을 붙였다. 라틴어로 ‘이빨이 많이 있는 수중 사냥꾼’이란 뜻이다.

이름 그대로 나토베나토르는 기다란 목과 유선형 몸통으로 물의 저항을 줄이고 잠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 교수는 “육지 동물의 갈비뼈는 척추와 수직으로 뻗어있는데 나토베나토르는 갈비뼈가 꼬리쪽으로 향해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잠수를 하는 새들이 이런 갈비뼈를 갖고 있어 몸통을 납작하고 유선형으로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물에서 저항을 덜 받는다. 작은 이빨들은 미끄럽고 몸부림치는 물고기를 무는 데 적합한 형태였다.

나토베나토르 공룡의 갈비뼈 화석(a)을 토대로 복원한 형태(b,c). 오늘날 잠수를 하는 새들의 갈비뼈(e,f,g)처럼 나토베나토르의 갈비뼈도 꼬리 쪽으로 누워 몸이 유선형으로 될 수 있었다(d)./Communications Biology

육지에서 다시 물에서 살도록 진화

나토베나토르는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두 발로 걸으며 육식을 한 수각류(獸脚類) 공룡의 일종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도 몸이 온통 털로 덮였음을 밝혀냈다. 일부 수각류는 깃털까지 생겨 오늘날 새로 진화했다. 이번 발견은 공룡 일부는 육지에서 다시 물로 터전을 넓혔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바다에서 나와 육지에 정착한 네발 동물이 진화 과정에서 고래나 물개, 해달처럼 다시 바다로 돌아간 일이 14번 일어났다”며 “공룡 역시 1억6000만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 일부는 독립적으로 유선형 몸으로 진화해 다시 반수생(半水生)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토베나토르는 1억만년에서 6600만년 전 사이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탈리아 볼로냐대의 안드레아 카우 교수가 지난 2017년 네이처에 발표한 핼츠카랍토르(Halszkaraptor) 공룡과 비슷한 종류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카우 교수는 네이처 논문에서 핼츠카랍토르가 오늘날 물새처럼 반수생에 적합한 형태였다고 밝혔지만 학계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논란이 계속됐다. 이번 나토베나토르는 갈비뼈 구조가 잠수하는 새들과 일치해 반수생 공룡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카우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에 “나토베나토르는 오늘날 수영에 적합하도록 적응한 반수생 동물들에서 보이는 유선형 흉곽을 가진 첫 공룡”이라며 “이번 발견이 핼츠카랍토르 공룡의 생활상을 둘러싼 논란을 푸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꼬리를 노처럼 이용해 물에서 사냥한 스피노사우루스./조선일보DB

꼬리를 노처럼 움직이며 사냥한 공룡

물에서 사냥을 한 육식공룡은 더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대의 니자르 이브라힘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20년 네이처에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굴한 화석을 통해 9500만년 전 살았던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가 노처럼 생긴 길고 강력한 꼬리로 물속을 헤엄쳐 다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라틴어로 ‘등뼈 도마뱀’이란 뜻이다. 등뼈들이 척추에서 수직으로 뻗어 마치 돛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 전에 과학자들은 스피노사우루스가 악어와 비슷한 턱과 이빨을 가졌다는 점에서 오늘날 회색곰처럼 물가를 걸어 다니며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2015~2019년 모로코의 켐켐 지층에서 그동안 형태를 알 수 없었던 꼬리뼈가 온전히 발굴되면서 스피노사우루스의 생전 모습이 다시 바뀌었다. 공룡은 꼬리에도 등처럼 뼈들이 수직으로 나 있어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꼬리의 축을 이루는 뼈들은 서로 완전히 맞물리지 않아 악어처럼 흔들기에 좋은 형태였다.

연구진은 화석 형태대로 꼬리 모형을 만들어 실험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꼬리를 흔들어 물속에서 동시대 다른 육식 공룡보다 8배나 강한 추력을 만들 수 있었다. 에너지 효율도 3배 가까이 높았다. 이는 오늘날 악어에 맞먹는 수치였다. 두 발로 서서 사냥한 수각류(獸脚類)에서 처음으로 물속을 누빈 공룡이 확인된 것이다.

현재 영국 포츠머스대에 있는 이브라힘 교수는 뉴욕타임스지에 이번 발견에 대해 “나토베나토르가 수영하는 공룡이라는 주장은 아직 완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른 수생 동물과 골밀도를 포함해 좀 더 심층적인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융남 교수 연구진은 공룡 위 내용물을 분석해 나토베나토르가 실제로 물속에서 잡은 사냥감을 먹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Communications Biology, DOI: https://doi.org/10.1038/s42003-022-04119-9

Nature, DOI: https://doi.org/10.1038/nature24679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0-2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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