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연 동국대 교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독창·출판 혁명은 거짓말”
황 교수는 동아시아 정치사상 분야 전문가로, 특히 근현대 정치와 사상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석학 중 한 명이다. 2020년 서울대 교수 출신 이영훈을 비롯한 낙성대연구소 필진이 일제의 식민 지배를 지지하는 ‘반일종족주의’를 출간하자, 이를 비판하는 저서 ‘일제종족주의’를 쓴 바 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금속활자와 출판에 관한 책을 냈다. ‘한국 금속활자의 실크로드’로 문헌정보학, 특히 서지학(문헌을 기록·복원 등을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쓸만한 책을 정치사상 전문가가 출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우연히 접한 서양 고문헌들에서 한국의 금속활자가 서천(西遷·서양에 옮겨가 영향을 줌)했다는 내용을 발견하고 학계에 이런 내용을 꾸준히 이야기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라며 “그래서 내가 먼저 책을 내고 한국 금속활자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양에 200여년 앞서 고려시대부터 금속활자를 사용했다. 고려가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중국 천주시에서 무역을 했고, 당시 천주시에는 서양에서도 찾아와 무역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이 서양으로 넘어가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게 맞다.”
황 교수는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이러한 주장을 펼친 건 아니다. 서양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극동에서 왔다고 최초로 증언한 이탈리아 역사가 파울루스 조비우스 기록(1546년)을 비롯해 루이 르루아의 저서(1575년), 후앙 멘도자의 저서(1585년), 프란시스 베이컨의 주장(1626년), 미셸 보디에 증언(1626년) 등을 고려 금속활자의 서천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이들 고문헌들은 황 교수가 직접 발굴한 것으로, 국내 학계에서는 다뤄진 적이 없었다.
또 구텐베르크의 출판 혁명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책을 출간하기 위해 알파벳을 조판을 한 뒤 묶어 판형으로 사용했다”며 “금속활자를 해판(분리)한 뒤 다시 조합해 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판처럼 고정해 사용한 것으로 다양한 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즉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목판과 경쟁 관계에 있던 것이다.
반면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활인·번각 시스템’을 발전시켜 인쇄·출판 혁명을 일으켰다. 목판인쇄의 장점은 같은 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있다. 활판인쇄는 다양한 책을 생산하는데 장점이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금속활자로 다양한 서적을 500∼1000부 인쇄했다. 이 중 수요가 많은 서적은 목판으로 번각(한 번 새긴 책판을 본보기로 삼아 그 내용을 다시 새김)해 대량 생산했다. 초판에 사용됐던 금속활자는 분해한 뒤 다시 조합해 다른 책을 인쇄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뛰어난 인쇄기술과 책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우리이지만, 현재 서양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데에는 일제의 식민통치와 학계의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고려와 조선의 뛰어난 기술 등에 대한 기록은 다 삭제되고 왜곡됐어요. 그리고 구텐베르크 찬양론자들에게 아부했던 초기 우리나라 학자들의 역사관 등을 바탕으로 자료를 잘못 또는 왜곡 해석하면서 고려와 조선의 금속활자가 폄하됐습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당시 잘못된 주장이 지금 정설처럼 굳어진 것이죠.”
황 교수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이제라도 다시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이 책에서 제시한 근거를 비롯해 관련 자료를 더 많이 찾아서 우리 선조들의 금속활자가 가진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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