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고, 울부짖어도 외면당한 이태원 유족…"국회는 무얼하나"[국회기자 24시]
유가족 면담 요청에도 與 위원 전원 불참
이상민 해임건의안·예산안 심사로 첫발도 못 떼
국조 기간 5분의 1 지나…진상규명은 요원
與, 예산안 시간끌기·野 해임건의안 실효성 재고해야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저는 세월호 (희생자의) 엄마의 손을 잡고 힘내시라고, 세월이 약이라 말했습니다. 마음 깊이 위로했지만 지금은 제 입을 찢고 싶습니다. 제 가슴을 찢고 싶습니다.”
비단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과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를 두고 양당의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국정조사의 첫 발도 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회는 끝내 국회법이 정한 법정 기한인 지난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예산안 처리’는 국정조사 특위의 본격적인 가동의 전제 조건이었죠. 여야의 합의에 따라 국정조사 기간은 지난달 24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45일 동안 이뤄집니다. 국정조사의 기간 중 이미 10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유가족들이 국회에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유가족의 울분에도 ‘반쪽 간담회’에 그쳤습니다. 이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심화하자 국민의힘 소속 위원 7명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맞섰습니다. 이 장관에 대한 파면은 곧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게 된다”며 ‘국정조사 보이콧’까지 예고했죠.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고(故)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민의힘 위원들의 불참에 대해서 분노했습니다. 그는 “당신들이 말하는 패륜? 우리에게는 이것이 패륜”이라며 “정치를 왜 하나. 왜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 그분들이 왜 우릴 도와주지 못하게 하나. 당신들이 패륜 집단”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어 이씨는 무릎을 꿇고 “제발 부탁드린다. 국회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민주당 의원들 당신들도 마찬가지”라며 야당 의원들에게도 거듭 진상규명을 요청했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기간은 약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자료제출,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이 이뤄지기엔 빠듯한 시간입니다. 가뜩이나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과 청문회 참여 여부 등으로 갈등이 예고된 마당에 진상규명은 요원할 뿐입니다. 필요한 경우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합의문에 밝혔지만 국정조사가 개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국정조사의 진척이 이뤄지기 위해선 여야 모두 한발 양보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하루속히 매듭을 지어야 하고, 민주당도 국정조사에 이 장관이 기관증인으로 참석하기에 해임건의안의 실효성이 제기되는 만큼 철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국민 앞에서의 약속을 또다시 저버리는 정치가 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이상원 (priz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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