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재료에 프렌치 조리법 접목… “접시에 계절 담아”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2022. 12. 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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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이종의 윤병준 셰프
母 생신날 미역국 끓여 선물… 요리에 관심
대학 진학 후 프렌치 요리 중심으로 공부
일반인들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목표
계절마다 독특한 테마 만들어 고객에 선봬
“같은 식재료지만 접근 방식 따라 새 경험”
최근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영셰프들의 재치와 결과물들은 매우 뛰어나고 새롭다. 그중 쎄이종의 윤병준 셰프의 기세가 매우 놀랍다. 윤 셰프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요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어머니 생신 때 다른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직접 미역국을 끓여서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게 드셔 주시는 부모님과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처음 요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윤병준 셰프
이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요리학원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인 요리 공부를 하게 되었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해외로 가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대학에 진학한 후 해외 취업반을 통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의 연회주방 업무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코스 요리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호텔에서 나와서 프렌치를 선보이는 미슐랭 레스토랑 중심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3년여의 해외 생활을 뒤로하고 윤 셰프 본인의 음식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레스토랑 운영을 꿈꾸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현재의 쎄이종 오픈전에 자신의 요리에 대한 시장 반응과 손님들의 피드백을 알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팝업 레스토랑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윤 셰프의 팝업 레스토랑은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해서 윤 셰프가 가지고 있는 프렌치 기법을 접목해보자는 것에서 출발한 팝업이었다. 첫 번째 팝업은 윤 셰프와 그의 요리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홍보하고 좌석을 채우는 것이 어려웠으나 첫 번째 팝업 레스토랑의 반응이 좋아서 두 번째 팝업부터는 어렵지 않게 손님을 채울 수가 있었다.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양식에 많은 흥미를 느꼈고, 대학 진학 후에는 프렌치 요리에 더욱 많은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프렌치 요리에 포커싱이 되어서 지속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프렌치 요리 기법이나 문화를 좋아하는 것도 프렌치 요리를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현재 운영하는 쎄이종도 이러한 부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쎄이종은 불어로 계절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쎄이종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방향은 한국의 계절을 프렌치 기법으로 풀이해서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윤 셰프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강점은 4가지의 계절이 뚜렷하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셰프로서 제철 식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계절이 주는 느낌, 냄새, 풍경과 같은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서 플레이트 위에 표현해내고자 하고 있다. 아뮤즈 부쉬 같은 경우에 이러한 윤 셰프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계절마다 테마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여름에는 여름의 숲, 가을에는 가을의 풍경이라는 테마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쎄이종에 처음 들어섰을 때 이 공간이 계절이 머무는 공간이구나라는 느낌을 보여주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쎄이종을 통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이닝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신념이다. 요리를 시작하고 계속 파인 다이닝에서 근무해왔지만 가격적인 부분이나 무거운 분위기의 파인 다이닝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어려운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격적인 면에서 윤 셰프는 2018년과 2019년 다이닝들이 가지고 있던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가격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식재료의 부분도 비싼 가격에 귀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먹던 식재료를 다르게 풀이해내는 것이 조금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익숙한 식재료들을 사용해서 요리를 만든다.
윤 셰프를 표현하는 메뉴는 계절의 테마를 담는 플레이트로 부연설명 없이도 가장 쎄이종과 윤 셰프를 나타내줄 수 있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여름 플레이트다. 여름의 숲을 표현했는데, 여름의 시원한 숲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 시원해 보이는 돌과 이끼류를 통해서 숲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아뮤즈 부쉬 4가지를 플레이트에 올려서 제공한다. 여름에 나오는 시금치와 라코타치즈가 들어가는 시금치 파이를 한국식으로 풀이해서 크림치즈와 취나물을 활용한 취나물 파이, 여름 옥수수를 활용해서 요거트와 옥수수를 같이 먹는 프랑스식 옥수수 샐러드를 넣어 직접 구운 타코, 여름에 가장 수분이 풍부한 토마토를 말린 토마토포와 생토마토의 두 가지 식감으로 만든 타르틀레트, 비프 부르기뇽을 만들어서 찢은 다음에 빵 안에 넣어서 샌드 형식으로 만들어서 매시 포테이토와 머스타드를 올린 프랑스식 비프 부르기뇽이 제공된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가을 플레이트. 가을의 풍경을 표현했는데, 가을에 시골에 내려갔을 때 오두막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을 보리, 갈대를 사용해서 표현했다. 한국의 가을에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선인 전어를 숯불에 구워서 피클로 만든 샬럿을 올린 꼬치, 소금으로 로스팅한 옐로 비트와 콩테 치즈, 블랙 트뤼프가 들어간 트뤼프 타르틀레트, 프랑스 가정식인 라타투이가 들어간 파이, 비프 부르기뇽이 제공된다.
같은 식재료도 어떻게 표현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낸다. 여름에 제공했던 한국의 쌈을 보여주는 플레이트에 양파, 고추, 비름나물과 함께 상추를 구워서 제공한 적이 있다. 윤 셰프가 싱가포르에 있을 때 영국 셰프가 한국식 바비큐에 상추를 생으로 먹지 않고 익혀서 먹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같은 식재료지만 우리가 먹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응용해서 쎄이종의 첫 돼지고기 메뉴는 한국의 쌈 문화를 투영하면서 구운 상추를 같이 제공했다. 윤 셰프는 맛은 기본이며 보여지는 비주얼에 많은 관심이 있다. 각 메뉴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며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체화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30살에 레스토랑을 하겠다고 얘기하던 어린 윤병준은 서른 살에 실제 그려왔던 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얼굴과 맛을 기대하며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외식 시장에 재밌고 감각적인 윤 셰프의 요리들이 기대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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