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지고 꼬이고 엉킬수록 '선명하다'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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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 버티고 선 흰 의자.
피노키오 코처럼 길게 늘어난 데다가 공중으로 치솟을수록 기울기가 커진 통에 버티고 선 것도 용하다 싶다.
빨아서 말리고 색을 빼고 색을 입히는, 한마디로 때 빼고 광 내는 작가의 중노동을 입고선 '환골탈태'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니까.
빨간 커튼, 빨간 카펫 덕에 '뜻밖'도 '형체'도 더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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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옷 활용 '사람 사는 일' 포착한 의미
효용중단·용도폐기 당한 오브제 살려
뜻밖의 형체 입혀 '완벽한 식탁' 차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 버티고 선 흰 의자. 피노키오 코처럼 길게 늘어난 데다가 공중으로 치솟을수록 기울기가 커진 통에 버티고 선 것도 용하다 싶다. 서커스단의 공연에나 등장할 법한 자태가 아닌가.
사실 ‘퍼포먼스’ 중인 이 의자에서 눈여겨볼 건 따로 있다. 긴 등받이를 칭칭 감고 있는 천, 아니 옷이다. 백허그하듯 등받이를 감싼 것도 모자라 두 팔을 묶어 결박하기까지 했는데.
작가 김윤아의 ‘무기’가 다시 찾아왔다. 헌옷 말이다. 작가의 작업은 헌옷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영감을 낚아채는 일부터다. 널브러졌을수록, 꼬이고 엉키고 구겨졌을수록 헌옷의 가치는 높아진다. 빨아서 말리고 색을 빼고 색을 입히는, 한마디로 때 빼고 광 내는 작가의 중노동을 입고선 ‘환골탈태’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니까. 그 과정에서 어떤 오브제는 ‘헌’ 옷과 뭉쳐 ‘새’ 뜻을 만들기도 하는 거다.
‘기댈 수 없는 의자’(Unrelenting Chair·2022) 역시 그렇게 나왔다. 효용중단·용도폐기에 빠진 테마를 건져 ‘뜻밖의 형체’로 빚어냈다. 빨간 커튼, 빨간 카펫 덕에 ‘뜻밖’도 ‘형체’도 더 선명하다.
12월 7일까지 청주 상당구 용암로55 청주시립도서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서 여는 개인전 ‘완벽한 식탁’(The Perfect Table)에서 볼 수 있다. 완벽한 식탁은 “매달 꼬박 밀려드는 공과금 용지 밑에 깔려버린 사랑이야기”라고 했다. 현실에 밀린 참담한 사랑이 이렇게 한상 차려졌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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