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 원유 상한액 배럴당 60달러 합의···러 돈줄 조이겠다지만 무늬만 제재 비판도

G7·EU·호주도 동참
시장가의 5% 아래로 상한액 유지 조항 포함

[서울경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설정하는데 공식 합의했다.

AP통신 등은 2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액을 60달러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약 70달러보다 10달러 가량 낮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협이 높아진 폴란드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27개 회원국 중 마지막으로 동의했다. 폴란드는 가격 상한을 시장가격보다 5%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조정체계를 적용한다는 조건하에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제이 사도스 주EU 폴란드대사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 가격 상한을 시장가격보다 적어도 5% 아래로 유지하는 조정체계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합의에 따라 이르면 5일부터 국제적 협력국과 함께 러시아가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하에 각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된다. 주요 7개국(G7)과 호주 역시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EU의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G7과 EU, 호주는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 원유 보험·운송 관련 주요 기업들은 주로 G7에 소속을 두고 있다.

이번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가 원유를 팔아 전쟁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여국들은 향후 가격 상한을 2개월 단위로 재검토할 예정이다. 가격 상한이 상시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하는 원유 평균 가격의 5% 아래에 머무르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푸틴의 주요 수입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수급 안정성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원유가격 상한제가 러시아게 별다른 타격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를 완전히 끊는 대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 애널리스트 조엘 행콕은 "G7이 러시아 원유를 시장에 붙잡아두길 원한다는 것이 이번 합의의 핵심"이라며 "러시아 원유 수출이 예상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일 것이고, 상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전날 "상한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는 파트너들과 직접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한 원유 수출 중단 등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