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정면 돌파’ 불사?...최후 배수진 치나 [핫이슈]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압박과 최근 당내 파열음이 확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법리스크’에 대한 강경기조의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올 8월 당권을 잡은 이후 대장동 비리의혹 등에 대해 ‘방탄의 장막’ 뒤에 숨어 로키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이 대표가 정치 인생을 걸고 배수진을 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여기에는 이 대표 측근들의 구속으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의 ‘거취’까지 거론하자 더 이상 침묵으로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정면 돌파에 나서 검찰과 윤 정부에 역공을 편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측 주류세력과 열렬 지지층들에게는 단합을 위한 구심점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해 온 비명계 의원들의 경우 ‘사당 가속화’ 우려 때문에 오히려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성탄절 사면대상에 친문계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될 경우 친문계가 집결하고 비명계가 가세해 당내 계파 갈등과 분열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 대표의 카드는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같은 정치역학 구도가 이나라 공당 지도자로서의 자세다.
이 대표가 자신의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 한마디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검찰과 윤 정부를 성토한다면 오히려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살 소지가 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30일 성인 10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어떤 점수를 주겠냐’는 질문에 32%가 ‘0점~25점’, 12.6%가 ‘25~50점’을 언급한 것도 그만큼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는 증표다.
이런 부정적 민심을 다독이라면 이 대표가 최소한 양심에서 우러나는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지도자로서 책임을 감내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 최초로 여성으로서 제1야당 당수를 지낸 고 박순천 여사는 “정치하는 사람은 깨끗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박 여사는 민주당 최고위원과 대표를 지냈지만 50제곱미터(15평)짜리 허름한 국민주택에서 여생을 마쳤다.
이처럼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말과 행동은 물론 결과에 대해서도 무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이 대표가 평소 조선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暗君(암군)’으로 꼽은 선조처럼, 위기와 난관이 닥쳤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살길만 찾는 것은 평범한 장삼이사의 행태일 뿐이다.
한비자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하더라도 아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법 집행에는 그 어떤 예외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
현재로선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패막으로 대표 권한을 활용하고 누리면서 정작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민심 이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누구보다 ‘지도자 책임론’을 강조해온 이 대표가 이번 만큼은 올바른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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