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진보적인 김혜수에게 연기 스트레스는 가당치 않다('슈룹')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12. 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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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슈룹> 은 사극의 외형이지만 전통 사극의 팬에게 굉장히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드라마다.

이처럼 <슈룹> 은 사극의 외형을 하고 지금의 시청자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다.

하지만 김혜수는 tvN <슈룹> 의 임화령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사극과 현대극의 경계를 묘하게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김혜수는 사극과 현대극의 줄타기 연기를 통해 극의 재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슈룹> 이 지닌 단점까지 우아하게 감춰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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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김혜수의 우아한 줄타기 연기가 불러온 효과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토일드라마 <슈룹>은 사극의 외형이지만 전통 사극의 팬에게 굉장히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드라마다. 그런 이유로 방영 내내 <슈룹>은 역사적 고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청자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그 비판이 타당한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세자 선발 경합이라는 구조 자체가 조선시대의 세계관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현대적인 대사나 말투 역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조선시대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장면의 개그가 너무 현대적이어서 뭔가 이야기의 흐름과 어그러진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퓨전사극처럼 대놓고 가벼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슈룹>을 이해하려면 사실 역사고증보다는 웹소설과 웹툰에 등장하는 메타버스 조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안에 조선은 수많은 로맨스와 재미를 위한 배경일 뿐, 실제 역사 속의 나라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슈룹> 역시 실제 조선보다는 메타버스 조선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슈룹>은 시청자와 통했다. 그것은 이 이야기 안에 시청자들과 공명하는 울림의 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혜수가 연기한 중전이자 내명부 수장인 임화령이 그 중심에 있다. 중전 임화령은 왕자를 품고 기르는 모성인 동시에 불행한 조선의 여인들을 품는 여성이기도 했다.

특히 임화령이 여인의 영혼을 지닌 계성대군(유선호)의 삶을 인정하고 그 아들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부분은 현대극에서도 만들어내기 힘든 플롯이다. 또 <슈룹>은 임화령이 조선시대의 불행한 여인들을 품는 구조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임화령이 여인들을 위해 만든 혜월각 역시 슈룹에서 주요 배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혜월각에서 태어난 초월(전혜원)은 왕자를 사랑한 죄로 임화령과 빤한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 아니다. 왕실의 여인과는 또 다른 정념의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인물을 보여준다. 초월은 왕자인 무안대군을 연모하지만, 그것은 왕실의 여주인이 되려는 마음이 아닌 오롯이 사람과 사람의 정분을 위한 것이다. 명분이 목숨보다 중한 시대에 정분에 더 의미를 더 두는 삶인 것이다.

이처럼 <슈룹>은 사극의 외형을 하고 지금의 시청자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다. 그리고 <슈룹>은 내내 이 드라마가 전통 사극이 아니고 현대극의 사극적 위장술 마법임을 보여준다. 어설프게 사극 대사와 현대극 대사가 뒤섞여 있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임화령의 무게감에 비해 종종 너무 가벼워지는 개그 장면이나 웹소설처럼 손쉽게 해결되는 갈등구조가 현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16부작까지 내내 줄타기를 하며 끌어온 임화령 김혜수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다. 김혜수는 과거 KBS <장희빈>에서 장희빈을 연기하면서 극 초반 장희빈에 어울리는 연기가 아니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전형적인 사극 연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혜수는 tvN <슈룹>의 임화령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사극과 현대극의 경계를 묘하게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임화령의 말투나 표정 분위기는 전통 사극의 중전과 묘하게 어긋나지만, 오히려 <슈룹>의 현대극 면모를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드러낸다. 그러면서 마치 너무 진보적이어서 조선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중전 같은 느낌까지 주는 것이다. 그리고 김혜수는 사극과 현대극의 줄타기 연기를 통해 극의 재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슈룹>이 지닌 단점까지 우아하게 감춰내는 데 성공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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