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우리는 검찰을 이길 수 없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한 유튜브 매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을 무단으로 찾아간 일을 언급하면서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에는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 외에도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처벌의 중요성에 무게가 실려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법치(法治)’의 실체를 짐작게 한다.
윤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법치, 그러니까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할 때는 반드시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해야 하고, 행정은 법률을 전제로 하여 행해져야 하며, 재판도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법치주의는 한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은 법률이며, 구성원은 이 법을 반드시 따라야 하고, 만약 법에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응징 혹은 불익을 감수해야 한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법치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상앙의 법가주의가 원조라 할 수 있다. 진나라 재상을 지낸 상앙은 법가사상을 바탕으로 강력한 부국강병을 꾀했다. 그는 타인의 잘못을 신고하는 자는 상을 주고, 신고하지 않는 자는 적에게 투항하는 것과 같은 죄를 물어 처벌하는 등 국가기강을 확립했다. 법에 의한 신상필벌의 정치를 추구했는데, 훗날 진나라가 천하를 제패한 것도 그의 법가사상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상앙은 자신의 정책을 지원했던 효공왕이 죽자 하루아침에 반역자로 몰리게 된다. 그의 법치가 많은 이들의 원성을 샀던 까닭이다. 결국 진나라 탈출을 결행하고 한밤중에 국경 함곡관에 도착한 상앙은 그날 국경을 넘지 못했다. 자신이 만든 법에 따라 해가 뜬 이후에나 함곡관 문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근처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으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여행증이 없는 사람은 여관에 들일 수 없다는 법 때문이었다. 이 법도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이후 상앙은 진나라 왕이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마저 거혈형에 처해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는 법에 의한 강력한 통치를 통해 국가 기강을 세웠지만, 자신이 만든 법으로 자기가 죽었다는 고사성어 ‘작법자폐(作法自斃)’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에 의해 신체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함부로 인신을 구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경우도 우리는 신체상 자유가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다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적법한 절차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검사가 필요에 따라 법관의 승인을 전제로 개인의 신체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헌법 제16조에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사생활이나 통신의 자유도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의미다.
오늘날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검찰에 의한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법치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기인한다. 사실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의 막강한 힘이 활용됐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검찰의 놀라운 수사력에 환호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의 집요한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그야말로 탈탈 털리는 신세가 됐다. 지금은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 새삼 상앙의 법가주의와 그의 최후를 떠올린 것은 법이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법에 의한 통치는 자칫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 그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검찰의 권한이나, 집행과정을 본다면 이런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헌법을 바꾸지 않고는 검찰의 힘을 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오늘의 결론은 ‘우리는 검찰을 이길 수 없다’이다. 나아가 우리는 그저 검찰의 정의로움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다만 누가 검찰의 막강한 힘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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