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헐값 처분’된 윈커..시애틀의 선택,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안형준 2022. 12. 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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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시애틀과 밀워키가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2월 3일(한국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애틀 매리너스가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2루수 콜튼 웡을 영입한다"고 전했다.

MLB.com에 따르면 시애틀은 밀워키에 외야수 제시 윈커, 내야수 에이브러햄 토로를 내주고 웡을 영입한다. 2:1 트레이드다. 시애틀은 웡의 2023시즌 연봉 1,000만 달러 중 175만 달러를 보조받는다.

올시즌 20년의 한을 풀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시애틀은 유격수 J.P. 크로포드의 키스톤 파트너 영입이 오프시즌 최대 목표 중 하나였다. 시애틀은 '특급 유격수'와 FA 계약을 맺고 2루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선뜻 2루수 이동을 받아들일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트레이드 시장에서 답을 찾았다.

웡은 검증된 베테랑 2루수다. 1990년생 웡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돼 2013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20시즌까지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고 최근 2년을 밀워키에서 보냈다. 빅리그 10시즌 통산 성적은 1,102경기 .261/.334/.398 82홈런 378타점 117도루. 아주 정교한 타자도, 거포도 아니지만 두자릿수 홈런과 20개 이상의 2루타를 칠 수 있는 장타력은 가졌고 1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발도 가졌다.

웡의 최대 강점은 수비다. 2019-2020시즌 2년 연속 내셔널리그 2루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웡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가진 2루수다. 웡은 2022시즌 134경기에서 .251/.339/.430 15홈런 47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시애틀이 유격수 자리를 무조건 보장하겠다고 다짐한 크로포드 역시 2020년 골드글러브 수상자. 시애틀은 이제 황금장갑을 가진 키스톤 콤비를 보유하며 강력한 내야 수비진을 구축하게 됐다. FA 시장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유격수를 영입한 뒤 2루수로 이동시키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놀라운 쪽은 웡이 아니라 윈커다. 윈커는 2022시즌을 앞두고 시애틀이 신시내티 레즈로부터 영입한 선수다. 시애틀은 지난 오프시즌 신시내티에 브랜든 윌리엄슨, 저스틴 던, 제이크 프랄리, 코너 필립스를 내주고 윈커와 에우제니오 수아레즈를 영입했다.

1995년생 우완 던은 드래프트 1라운더(2016 NYM, 전체 19순위) 출신으로 2019년 시애틀에서 데뷔해 3년 동안 25경기에 선발등판해 102.2이닝을 투구하며 5승 4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역시 1995년생인 프랄리는 드래프트 2라운더(2016, TB) 출신으로 지난해 78경기 .210/.352/.369 9홈런 36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출루 능력과 장타력, 주루 능력까지 두루 선보인 젊은 중견수였다. 드래프트 2라운더(2019, TEX) 출신인 좌완 윌리엄슨은 마이너리거지만 2022시즌을 앞두고 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TOP 100 유망주 평가를 받은 기대주였고 마이너리거인 우완 필립스 역시 드래프트 2라운더(2020) 출신 기대주였다.

시애틀이 젊고 재능있는 선수를 4명이나 내주면서 영입하려고 한 선수는 베테랑 수아레즈가 아닌 윈커였다.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더인 1993년생 외야수 윈커는 2017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5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좌완에 약점을 가진 좌타자인 탓에 플래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신시내티에서 5년 동안 413경기 .288/.385/.504 66홈런 190타점을 기록했고 특히 2021시즌에는 110경기에서 .305/.394/.556 24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윈커는 수비에는 강점이 없었지만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가진 타자였다. 2021시즌 1할 타자였고 매년 1,1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3루수 수아레즈는 신시내티가 '끼워 팔기'를 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윈커는 올해 처참하게 추락했다. 시애틀은 윈커를 플래툰이 아닌 풀타임 주전 외야수로 기용했다. 하지만 윈커는 136경기에서 .219/.344/.344 14홈런 53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지난해에 비해 OPS가 무려 0.260이나 낮아졌다. 신시내티에서 기록한 통산 OPS가 0.888이었던 윈커의 올시즌 OPS는 0.688이었다. 시애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선수로 느껴질 법한 추락이었다.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실망도 컸던 시애틀은 윈커를 헐값에 포기했다. 뛰어난 수비수지만 한 번도 시즌 OPS 0.790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고 리그 평균을 확실하게 웃도는 타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웡은 윈커보다 나이가 3살이 많고 잔여 계약 기간은 똑같이 1년이며 연봉도 비싸다. 비록 윈커가 긴 시간 플래툰에 갖혀있던 선수라고 해도 타자로서의 가치를 감안하면 웡과 윈커는 1:1 교환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애틀은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토로까지 얹어서 윈커를 1년만에 '처분'해버렸다.

함께 밀워키로 향하는 1996년생 토로는 드래프트 5라운더 출신으로 201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했고 2021시즌 도중 켄달 그레이브먼, 라파엘 몬테로와 트레이드로 시애틀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빅리그 4시즌 통산 262경기에서 .206/.276/.345 26홈런 99타점 10도루를 기록했고 비록 아직은 빅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어느정도 재능을 보인 선수다.

이번 트레이드의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시애틀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애틀의 홈구장인 T-모바일 파크는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그리고 밀워키의 홈구장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는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중립구장에 가까운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8년 동안 53홈런을 기록하며 리그 평균을 근소하게 밑도는 타자로 활동한 웡이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밀워키 이적 후 2년 동안 29홈런을 쏘아올리며 타격 성적을 끌어올린 것은 구장 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T-모바일 파크로 이동하는 32세 웡의 타격 성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반면 다시 타자 친화적 환경으로 돌아가는 윈커는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신시내티 홈구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는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 올시즌 성적의 급락은 윈커 본인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지만 구장 변화 역시도 어느정도 요인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윈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 통산 성적은 32경기 .344/.440/.591 5홈런 14타점. 원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출신인 윈커가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가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타력을 가진 토로 역시 밀워키에서 타격 성적이 오를 확률이 높다.

시애틀 제리 디포토 야구 운영부문 사장은 누구보다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단행하는 인물이다. 성공사례도 적지 않지만 실패 사례도 많다. 이번 트레이드가 과연 디포토 사장의 성공 사례로 남을지 뼈아픈 실패 사례로 남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제시 윈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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