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년들이 서울에서 펼친 장마당

이상현 2022. 12.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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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에는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생겨났죠?

이때 이후 탄생한 지금 북한 청년세대를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주민들이 만드는 변화의 중심이기도 한 이 장마당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졌다고 합니다.

어떤 모습이었을지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감각적인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서며 특히 주말이면 인파로 가득해지는 서울 성수동.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른바 핫플레이스죠? 이곳 성수동에 북한의 장마당이 펼쳐졌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어떤 모습의 장마당일까요?"

성수동 한복판에 자리잡은 복합문화공간.

알듯 모를듯, 장마당이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내걸려 있습니다.

포스터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보니 마치 장터에 온 것처럼 웅성거리고 북적댑니다.

"'장마당 in 성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10여년간 탈북난민 1200여명을 구출했고, 탈북민 정착과 청년공동체 형성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 북한인권단체가 준비한 전시.

[박석길/LiNK 한국지부장] "우리가 그냥 북한 사람들, 북한 이슈를 완전히 잊으면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세대, 오늘날의 한국 청년세대에 맞는 북한에 대한 프레임, 북한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 이런걸 좀 만들어서 제공을 하자, 북한에 대한 새로운 얘기를 하자."

전시장 초입엔 우선 북한 장마당에서 통용된다는 과자와 사탕 담배 화폐 등이 진열돼 있었고요.

장마당을 소개하는 잡지도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도윤/전시 준비 대학생] "저희는 북한의 장마당과 장마당 세대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장마당이 뭔지, 장마당 세대가 뭔지 그리고 장마당에서 무슨 상품이 유통되고 어떤 문화를 누리고 있는지 그런 내용을 담은 인터뷰와 취재했던 기사를 다룬 매거진을 작성했습니다."

그 옆쪽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북한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그 지역의 음식과 문화 등을 소개해주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요.

[최연재/전시 준비 대학생] "북한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있는 나라고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못 누리고 있는 현실을 우리가 알고 그들도 같이 인권을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하자는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제작된 향수들.

그리고 탈북민들이 그려낸 추억의 그림들이 각자의 사연과 함께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장민혁/전시 준비 대학생] "할머니 댁인데요, 할머니 댁 옆에 감자꽃밭이 있어서 그 가운데 회색이 철망이거든요. 그래서 그 철망에 올라가서 사촌과 함께 놀고 자고 하면서 지켰던 그 기억이 행복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청년 세대, MZ 세대와 비슷하다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

또, 북한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탈북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는 자리도 마련됐는데요,

[김지나/탈북민] "북한은 집들이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처럼 땅집이 많아서 골목이 많거든요. 그런 곳에서 데이트를 가장 많이 하고 산에 가서도 하고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엔 여러 북한 출신 대학생들도 참여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남한 대학생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하나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장 미/전시 준비 대학생(탈북민)] "어떤 편견에 있어서 '이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고 했을때 제가 북한 출신으로 그런 경험들을 어떤 식으로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런걸 좀 많이 얘길 했던 것 같습니다."

[정 현/전시 준비 대학생(탈북민)] "장마당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시장 가서 북한에서 유명한 농마국수 일단 점심시간에 그거 먹는게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랑요? 엄마 손잡고?) 그럼요"

젊음의 거리를 걷다 우연히 전시장을 찾았다는 시민들, 특히 또래 청년들에겐 예기치 않게 값진 시간이 됐습니다.

[유지희/경기도 판교] "장마당이라고 써 있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그게 뭐지?'하고 내려와봤는데 이렇게 펼쳐져 있더라고요..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북한에 대해서 다들 더 많이 그 이상으로 관심 갖고 있고 그것을 알려주는게 흥미로웠어요."

[권민석/관람 대학생] "북한에 대해서 전혀 몰랐었는데 설명을 잘 해주시니까 여행가고 싶은 곳도 생기고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던 외국인 관람객들도 남북 청년이 함께 준비한 전시물들에 상당한 관심을 내비쳤습니다.

[줄리아/미국인] "지금까지는 북한의 이런 것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스티븐/재미교포] "우리 아들도 지금 미국에서 왔기 때문에 한번 이런 것도 좀 배우고 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서울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에서 펼쳐졌던 북한의 장마당.

그 새롭고 특별했던 장마당에선 북한의 장마당 세대와 남한의 MZ 세대, 남북의 청년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3298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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