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외로운 소년의 악마 사냥기···‘체인소 맨’[오마주]

백승찬 기자 2022. 12.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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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에서 덴지의 초기 모습. 포치타와 계약을 맺고 체인소 맨이 되기 전이다. (C)Tatsuki Fujimoto/SHUEISHA, MAPPA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유일한 혈육이던 아버지는 야쿠자에게 큰 빚을 진 채 자살했습니다. 홀로 남은 소년 덴지는 빚을 갚기 위해 악마 사냥꾼으로 살아갑니다. 귀여운 전기톱 악마 포치타가 덴지를 돕습니다.

‘데블 헌터’라는 직업이 무시무시하게 들리긴 하지만, 덴지는 학교에 간 적 없고 친구를 사귄 적도 없으며 가족조차 없는 외로운 소년일 뿐입니다. 빚을 갚기 위해 굴욕을 감당하는 걸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갑니다. 심지어 빚 때문에 장기를 판 듯 일부 신체 기관은 훼손된 상태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체인소 맨>은 고아 소년 덴지의 악마 사냥기를 다룹니다. <체인소 맨>의 세계에는 각양각색의 악마가 출몰합니다. 우스꽝스럽거나 힘없는 악마도 있지만, 수백만명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악마도 있습니다. 악마 출현은 무작위적이어서 일종의 자연재해처럼 여겨집니다. 덴지는 악마 사냥에 나섰다가 죽을 위기에서 포치타와 계약을 맺고 포치타의 심장을 받아 살아납니다. 이후 정부 소속의 공안 데블 헌터에 스카웃된 덴지는 생전 처음 조직에서 일하고 동료를 얻습니다. 사실 덴지에겐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습니다. 공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악마 취급을 받아 죽을 위기였으니까요.

인간 세상에 출현한 초자연적 위협(악마, 혈귀)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체인소 맨>을 공전의 히트작 <귀멸의 칼날>과 비교해볼 만합니다. 두 작품 모두 가난하고 외로운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유사합니다. 다만 두 소년의 성격은 크게 다릅니다.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 탄지로는 곁에서 돕고 싶은 소년입니다. 막강한 혈귀에 비해 부족한 실력에 잠시 좌절하다가도 금세 힘을 내 다시 도전합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이겨내고 살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주는 소년입니다. 제멋대로인 동료들과도 원만하게 지냅니다. 인간적으로 정감이 가는 소년입니다.

덴지는 다릅니다. 덴지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탄지로에 비해 훨씬 냉소적입니다. 덴지의 꿈은 아침으로 먹는 식빵에 잼을 바르는 것, 그리고 여자와 데이트해보는 것 정도입니다. 그외에는 별다른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공안에 들어간 초반부에 의외로 쉽게 여자의 가슴을 만지지만, 곧바로 허무에 빠지고 맙니다. 기대했던 만큼의 기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덴지는 자신을 스카웃한 공안의 상사 마키마로부터 진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씩 배웁니다.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에서 덴지가 체인소 맨으로 변한 모습 (C)Tatsuki Fujimoto/SHUEISHA, MAPPA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의 파워. 죽은 사람의 몸을 가진 악마, 즉 마인인데 현재 데블 헌터로 일한다. (C)Tatsuki Fujimoto/SHUEISHA, MAPPA

덴지가 영원히 냉소적으로 살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3일 기준 <체인소 맨>은 8화까지 공개됐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 방영될 것 같으니까요. 기나긴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인간의 오랜 삶을 끌어나가기 위해선 ‘목표’라는 동력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크든 작든 상관은 없습니다. 목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멸의 칼날>의 탄지로가 혹독한 수련을 이겨내고 무시무시한 혈귀와 싸울 수 있었던 동력은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여동생 네즈코였습니다. 네즈코는 습격을 받아 혈귀가 되었는데, 탄지로는 이를 되돌릴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체인소 맨>의 덴지는 앞으로 어떤 삶의 목표를 찾을까요. 그것이 <체인소 맨>의 장수 여부를 판가름할 것 같습니다. <체인소 맨>은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클리프 행어’ 지수 ★★★★★/ 매회 아슬아슬한 순간에 나오는 ‘다음 회에’

‘달콤살벌’ 지수 ★★★★/ 악마 사냥 틈틈이 등장하는 사내 로맨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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