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압꾸정' 정경호 "까칠한 역할 전문? 실제론 하찮고 허당이죠"

조은애 기자 2022. 12. 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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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경호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주)쇼박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잘생긴 외모지만 왠지 호락호락해보이진 않는다. 말하자면 '냉미남' 그 자체인데 씩 웃는 미소 한 번에 분위기는 달라진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준호, OCN '라이프 온 마스'의 태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준완이 그랬다.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의 지우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지만 코미디를 한 스푼 더했더니 익숙하고도 새롭다. 이들을 연기한 배우 정경호(39)의 매력이란 그런 것이다. 캐릭터의 온도차가 주는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것, 그가 데뷔 20주년을 앞둔 지금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지난 11월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정경호는 "저한테 압구정은 욕망의 도시 같은 느낌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아닌가. 마침 그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끌렸다"며 '압꾸정'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던 때를 떠올렸다.

"항상 '왜 이렇게 압구정엔 성형외과가 많을까?' 궁금했어요. 그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업 구상하시는 분들을 봤던 기억도 나고요. 또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대규모 성형외과, 성형시켜주는 방송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정말 많았잖아요. 그 시절을 기억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실력 톱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경호가 연기한 지우는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의 성형외과 의사다. 한때 압구정에서 잘나가던 최고 실력의 의사였지만 지금은 면허 정지 상태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쓰던 그는 우연히 만난 대국과 K-뷰티 비즈니스의 핵심 파트너로 함께 하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준비하던 시기에 '압꾸정'을 찍었어요. 또 다시 도도한 의사 역할이라는 점이 첫 번째 숙제였죠. 그런 고민을 마동석 형님과 감독님께 솔직하게 털어놨고 함께 얘기하다보니까 결국 대국, 지우 두 남자의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우의 직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두 남자가 성공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상황에 집중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죠."

임진순 감독은 자연스럽게 터지는 웃음을 위해 배우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말투를 대사에 최대한 녹여냈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의 자유로운 호흡에 흐름을 맡겨 캐릭터들의 케미는 살리고 유쾌한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정경호 역시 지우의 옷차림부터 말투, 표현법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설계했다.

"대국을 보면서 놀라는 나 자신을 많이 연구했어요. 이 사람이 자꾸 눈앞에 나타나니까 지우는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표정을 몇 단계로 나눠서 포인트를 줬어요. 의상은 2000년대쯤 제가 입고 싶었던 브랜드들을 의상팀에 제안했죠. 그런 옷을 입고 있으면 약간 이상해져요. 좀 건방져 진달까요.(웃음) 기본적으로 대본 자체가 재밌었어요. 일단 저랑 동석이형의 투샷부터 웃긴 것 같아요. 체격이 두 배 정도 차이 나는데 지우가 '나도 운동했어!'라면서 덤비잖아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람다운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압꾸정'이 선사하는 재미의 8할은 마동석, 정경호의 케미다. 영화는 극 초반 화려한 뷰티 비즈니스 세계의 시작점을 그리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던지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두 남자의 브로맨스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캐릭터들은 서로 믿지 않으면서도 의지하는 기묘한 공생관계를 이어간다. 마동석과 정경호는 서서히 스며드는 둘의 모습을 완벽한 호흡으로 그렸다.

"코미디가 참 어려워요. 찍는 사람들끼리만 재밌으면 안 되니까요. 베테랑 선배님들이 그걸 너무 정확히 알고 계셔서 걱정은 없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편집은 알아서 할 테니 마음껏 놀아보세요'였고요. 그래서 더 편하고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었죠. 또 대본 속 대국, 지우의 투톱 균형이 정말 조화로웠어요. 지우처럼 저도 실제로 좀 하찮고 허당인 면이 있고요. 동석이 형 옆에 있으니까 그런 매력이 더 잘 보였던 것 같아요. 몸도 더 말라보였고요.(웃음)"

정경호에게 '압꾸정'이 더 특별한 의미인 건 오랜 절친인 마동석과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뷔 전부터 연기라는 같은 꿈을 꾸면서 서로를 응원해왔던 둘은 이제 한국 영화계를 책임지는 배우가 됐다. 정경호는 "아무리 많은 작품을 해도 결국 남는 건 사람이더라. 오래 알고 지낸 형이지만 일을 같이 하면서 또 다시 좋은 인연을 시작한 기분"이라며 마동석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데뷔 전에 한창 오디션 보러 다닐 때 운동 배우러 갔다가 동석이 형이랑 처음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도 가끔 밥 먹으면서 계속 연락하고 지냈고요. 이번엔 저랑 같이 해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알고 지낸 지는 오래 됐지만 일을 같이 하는 건 처음이라 더 특별하고 의미가 있죠. 형이 지금 영화 30편 정도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그 정도로 연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 열정이 많은 분이고 신인 감독님들,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려고 노력하는 분이에요. 알면 알수록 큰 어른 같고 존경스러워요."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는 정경호의 전문 분야다. 앞서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의 인기를 이끈 그는 얼핏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의 틀에 갇히는 듯 했지만 '압꾸정'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연기 영역을 한 뼘 더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한때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졌던 고정적인 이미지는 이제 정경호의 장기로 사랑받는다. 그의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이 뒷받침된 덕이다.

"우연히 까칠한 역할을 10년 가까이 하다보니까 마른 몸을 유지하고 있어요. 차기작인 tvN '일타스캔들'에서는 섭식장애까지 있는 캐릭터라.(웃음) 이번 작품만 끝나면 좀 찌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비슷하게 예민한 캐릭터를 오랜 세월 해오다보니까 매번 어떤 차이를 둘까 고민하게 돼요. 근데 나이가 마흔이 되니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운 좋게 캐릭터를 살려줄 좋은 대본을 만나기도 했고요. 예전엔 이미지에 갇히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즐겨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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