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 논란…‘보이콧’ 자영업자 “형평성 없고 고객·매장에 부담 전가”

김현주 2022. 12.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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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많아" 곳곳서 비판 목소리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실시된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프랜차이즈 카페 메가커피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연합뉴스
 
세종과 제주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이하 보증금제)가 시행됐다. 보증금 결제는 음료값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지만,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은 다소 번거롭다. 컵의 바코드를 인식한 뒤 보증금을 내줘야 해서 음료를 구매할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증금 중복 반환을 막기 위해 컵에 스티커로 부착되는 바코드가 훼손될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A업체 컵을 B업체 매장에 반납하는 이른바 '교차 반납'도 현재 안 되기 때문에 컵 회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행 첫날이어서인지 곳곳에서 혼선도 빚어졌다.

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모르는 채로 매장을 찾았다가 설명을 듣고 당황하는 고객도 있었고, 반납 방법 등 구체적 질문에 대해 점원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무인 반납기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면 휴대전화에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설치하고 본인인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해서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는 보증금제 적용 대상이 플라스틱컵만인 것으로 알고 보증금을 받지 않고 종이컵에 커피를 그냥 내주는가 하면, 의무 참여 매장이 아닌데도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줄 알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카페도 있었다.

SPC그룹 파스쿠찌 등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은 보증금제 시행에 맞춰 다회용컵을 도입, 아예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운영자는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부만 고통을 감내하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실제 일회용품 배출이 더 많은 편의점이나 관광지 대형 카페에 대한 규제는 없이 동네 카페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부 매장은 형평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가 1500원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모 브랜드 제주지역 매장 중 여러 곳은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을 내걸지 않았더라도 제주의 프랜차이즈 매장 중 여러 곳이 이날 보증금을 받지 않고 일회용컵에 음료를 내줬다.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는 앞서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보증금제가 열악하고 영세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희생을 강요한다"며 "일방적 시행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제도에 불편함이 있고 시행 매장은 전체 매장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다 보니 손님들은 자연히 제도 대상이 아닌 매장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관광지에서의 쓰레기 배출 문제가 심각한 제주 관광지에 있는 대형 개인 카페들조차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현재 제도 대상은 영세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수거와 보증금 반환의 불편함, 교차반납 금지 등으로 큰 성과를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보증금제 보이콧 매장이 몇 곳인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100여곳은 될 것으로 추측한다"며 "프랜차이즈점만이 아닌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대상을 확대해 형평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용객 반응도 다양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애초 지난 6월 10일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가맹점주 반발 등으로 시행이 유예되고 시행지역도 축소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세종·제주 총 522개 매장(세종 173, 제주 349)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발맞춰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다회용컵을 쓰는 매장도 늘어났다.

세종시에서는 현재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중 12곳이 다회용컵 전용 매장으로 전환했으며,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7월 4곳으로 출발한 다회용컵 전용 매장이 현재 96개로 늘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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