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줌인] 정신증, 가족간 지치지않고 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유빈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정신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조현병이나 정신병적 장애 환자를 만나게 된다. 또한 다수의 환자들은 가족과 함께 내원하므로 그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 그 중에는 질환에 대해서 잘 이해하여 환자가 보이는 증상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지지적으로 대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반대로 환자의 증상에 얽매여서 힘들어하거나 논쟁을 하기도 하고 거리를 두고 냉소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기 환자나 가족은 의사의 진단에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 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신증이 잘못된 양육의 결과라고 잘못 생각하여 불명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심리적인 문제라고 판단하여 약물 치료 보다는 심리적 위안을 찾아 잘못된 결정을 하기도 한다. 유전되는 병이라는 생각에 자녀나 형제들은 심리적 고통과 혼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 병의 치료를 위해서 가족들이 가져야 하는 생각이나 태도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가족이 보기에 평소와 다르게 변한 행동을 보이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주변에서 느낀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조기에 평가하고 치료를 하면 결과가 훨씬 좋을 것이다. 질병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듣고 오해를 하거나 환자나 가족을 비난하는 것은 가장 좋지 않다. 이 병은 백명 중 한명에서 발생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고 본인이 뭔가 잘못해서 생기는 병도 아니고 양육이 잘못되었거나 유전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뇌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생물학적인 질병이다. 그리고, 환자가 이야기하는 논리가 없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의심에 대해서 지적하거나 논쟁하기 보다는 진찰을 받도록 반복해서 전하는게 필요하다.
치료가 시작되면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환자 자신 뿐 아니라 가족도 입원에 대해서 주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급하게 악화되어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적극적인 약물 조절과 심층 상담을 위한 입원 치료도 필요하므로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개 처음 병원에 올 때가 급성 악화 상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입원이 필요한데,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아직까지는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정신과 약은 독해서 끊기 어렵다’,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 등의 인식을 가진 경우를 아직까지는 많이 볼 수 있다. 질병의 초기에 적극적으로 증상을 조절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잦은 재발로 인한 사회적 기능의 저하를 겪는 것에 비해서 훨씬 좋은 예후과 경과를 보이게 된다. 경과가 좋다면 환자와 가족의 자존감은 유지되지만 경과가 나쁘면 나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주치의나 가족교육 프로그램 같은 공신력있는 단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자.
마지막으로 퇴원 후 사회복귀 과정이 있다. 퇴원할 때가 되면, 환각이나 망상 같은 급성 정신증상은 대개 완화되거나 사라지므로 의욕저하, 감정 둔화와 같은 음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의존적이 되거나 생활 능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도 저하되는 경우도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질병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는 환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해 가야 한다. 주변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도와 주고 따뜻하게 지켜봐 주면 좋다. 환자 자신에게 회복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삶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약물 유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재발 예방을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 한다. 가족들도 장기적으로 대응해 가야 하므로 지치지 않고 때때로 쉬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공공 기관에서 제공하는 가족 지원서비스도 찾아서 잘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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