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신점·사주도 데이터로 혁신”… 점술 플랫폼 ‘천명’

이은영 기자 2022. 1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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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시장, 수천년 됐지만 비대칭 심각”
“엄격한 검증 통과해야만 입점 가능”
“점술시장 거래 50% 잇는 것이 목표”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배달음식이라고 하면 치킨, 피자, 족발, 보쌈, 중식이 전부였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등장하면서 각종 맛집은 물론 커피, 디저트까지 배달이 된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듯 신점, 사주, 타로 등 점술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풀면 시장 자체의 성장을 우리 손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내 최초 온·오프라인 연계(O2O) 점술 중개 플랫폼 ‘천명(天命)’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천명앤컴퍼니 유현재, 전재현 공동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대 후반의 두 젊은 창업자는 동갑내기 대학 동기다. 수천년간 존재해 왔지만 산업 규모도 공식 집계되지 않을 만큼 정보가 불투명한 점술시장에 처음으로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후 토스, 쿠팡, 배달의민족에 초기 투자한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지난 4월 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현재 1400명의 점술인이 입점해 있고 58만명의 회원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들은 “투자 유치가 쉽지만은 않았다. 거절을 정말 많이 당했다. 99%는 점술 분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시장의 ‘퍼스트 펭귄’이 되어 독보적인 1위가 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서울 송파구 잠실 본사에서 만났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점술 중개 플랫폼 '천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천명앤컴퍼니'의 유현재(왼쪽), 전재현 공동대표. /이은영 기자

-창업 분야가 독특하다. 계기가 궁금하다.

유현재(이하 유)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제 서울대 진학을 바라시던 어머니가 무당에게 3000만원 굿 사기를 당하신 적이 있다. 굿하면 아들이 서울대에 갈 수 있다고 해서 돈을 입금했는데 그대로 잠적한 것이다. 이 일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서울대는 가지 못했지만, 이후의 창업 경험이 점술시장에 뛰어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전재현 공동대표와 같이 학생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템플릿을 공유 받아 되팔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작은 서비스를 했었다. 1년 정도 운영을 했는데 쫄딱 망했다. 이미 비슷한 서비스들이 시장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정말로 1등을 할 수 있을 만한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여러 시장조사를 했고 점술시장에는 믿을 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걸 알게 돼 창업하게 됐다.”

-국내 점술 시장의 규모와 구조는 어떻게 형성돼 있나.

“굿이나 부적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외하고 대면 상담과 전화 상담만 놓고 봤을 때 자체 추산하고 있는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이다. 전국에 약 4만2000명의 점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수에게 대다수의 고객이 몰리는 구조다. 천명 내에서도 상위 30%의 공급자가 70%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훨씬 더 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재현(이하 전) “시장 구조를 구체적으로 나눠 보면 신점이 70%이고 사주 20%, 타로가 10%가량 된다. 신점의 경우 흥미로운 점이 다단계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무당도 신내림을 받은 지 오래 되고 나이가 들면 신통함이 떨어지는데, 그러면 ‘신 어머니’들이 제자들을 키워 명맥을 유지하고 제자들의 굿 비용을 나눠 받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일종의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주나 타로는 공부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교육생을 모집하고 배출하는 형태다.

문제는 신 어머니들은 굿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제자들이 굿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사주와 타로도 검증되지 않은 교육 커리큘럼을 가지고 무작정 교육생을 받다 보니 그로 인한 분쟁 요인이 많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플랫폼을 제시한 것인가.

“그렇다. 천명은 단순히 선생님들을 모아 고객과 연결시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를 정화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배달의민족처럼 말이다.”

“편의점에 비유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유통시장을 살펴보면 편의점이 있기 전에 동네 구멍가게가 있었지 않나. 지금은 편의점이 구멍가게를 대체했고, 모두가 브랜드를 알고 신뢰한다. 국내 4만여개 점술집은 마치 구멍가게처럼 브랜드가 없다. 구멍가게처럼 모든 지역에 포진되어 있지만 품질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시장에 ‘천명’이라는 브랜드를 입혀 ‘저기서 상담받으면 사기는 안 당하겠다, 설령 불만족스러울지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점술 중개 플랫폼 '천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천명앤컴퍼니'의 유현재(왼쪽), 전재현 공동대표. /이은영 기자

-점술인들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과정은 어땠나.

“그냥 발로 뛰었다. 사무실 월세를 많이 내는 사람들은 그만큼 돈을 잘 벌 테니까, 그럼 어느정도 검증된 점술인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월세가 높은 지역을 우선순위로 해서 찾아갔다. 우리 플랫폼에 들어오면 새로운 고객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점술시장은 단골 아니면 입소문을 듣고 온 고객 두 가지 사례뿐이다. 논리적인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이 시장의 문제점을 깊게 이해하고 있고 이 생태계를 정화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달했다. 10명 중에 6~7명은 입점을 수락했다.”

“이 밖에도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고, 전국 굿당에 전단지를 붙이고, 사주·타로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천명을 알렸다. 인터넷에 공개된 점술집 전화번호로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이렇게 10개월을 하니까 입점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검증을 통해 일부만 수용하고 있다. 최근엔 월 400~450건 정도 입점 신청이 들어온다.”

-검증하는 기준이 있나. 객관적 지표를 측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추천율인데, 그간의 데이터를 보니 추천율이 거래액과 가장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더라. 추천 여부는 검증단이 결정한다. 검증단원 3명이 직접 상담을 받아본 뒤 모두가 ‘지인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답해야 입점할 수 있다.

검증단은 현재 100명 정도 있는데 전부 천명 회원들이다. 천명을 통해 20회 이상 상담을 받았고 선생님과 단 한 번도 마찰을 겪지 않은 분들 위주로 선별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이분들이 검증단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채 상담을 진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평균 합격률은 10~15%로 문턱이 높다. 기존 전화상담 사이트와의 차별점이 여기에 있다. 기존 서비스들은 검증 절차가 없다.”

-데이터 기반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활용 가능한 만큼의 데이터가 모이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리뷰가 1만개 쌓였을 때니까 1년쯤 걸렸다. 천명은 리뷰 데이터를 꼼꼼히 모으고 있다. 고객이 어떤 고민으로 상담을 받았는지, 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상담했는지를 조사하는데, 이를 통해 선생님의 상담 정보를 세세하게 라벨링한다. 예를 들면 이름과 나이만 듣고 고민을 맞히고 조언해주는 선생님인지, 아니면 먼저 고민을 듣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스타일인지, 직설적이고 현실적으로 문제를 짚는 스타일인지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천명은 모든 직거래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이 추천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장은 전부 입소문을 기반으로 유지된 시장인데, 그걸 온라인으로 옮기려면 입소문보다 더 추천을 잘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추천 모델은 리뷰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천명의 목표는 무엇인가.

“천명은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12배 성장했고, 올해엔 5~6배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고객 만족도는 87%인데 99%를 바라보고 있다. 거래액은 올해 800억~1000억원을 기록한 뒤 단계별로 성장해 2026년 8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점술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꿈이다. 직거래가 95%를 차지하는 이 시장에서 50% 이상이 천명을 통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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