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낙원 "꿈이었던 페기 소여…내거다! 싶었죠"

강진아 기자 2022. 1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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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새 얼굴 발탁
앙상블에서 주역으로…'현실판 페기 소여'
15살부터 탭댄스 배워…"배우로서 큰 무기"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페기 소여' 역 배우 유낙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0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늘 주인공은 엄청나게 먼 미래처럼 느껴졌어요. 제 꿈이었던 '페기 소여'를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죠. 첫 공연을 올리고 며칠이 지난 뒤까지도요. 이제 조금씩 실감하며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죠."

배우의 꿈을 갖고 뉴욕 브로드웨이로 상경한 '페기 소여'.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는 부푼 꿈을 가졌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코러스걸이 된 그녀는 어느 날 주인공에 깜짝 발탁되는 기회를 잡으며 일약 스타가 된다.

이 역할을 맡은 신예 유낙원(25)도 그야말로 '현실판 페기 소여'다. 2018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스무 살이던 2016년 첫 오디션 역시 이 작품이었다. 당시엔 학업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유낙원은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공연날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앙상블로 이미 여러 차례 섰던 무대인 만큼, 떨리지 않을 줄만 알았다. 다행히 실수 없이 해냈지만, 그날의 상기된 모습을 떠올리면 긴장했었다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페기 소여' 역 배우 유낙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03. chocrystal@newsis.com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대표작이다. 1996년 국내 초연했고 올해 18번째 시즌까지 긴 세월 사랑받아왔다. 이 기간에 신예 등용문으로 불리며 여러 명의 페기 소여를 배출했다. 1대인 임선애를 비롯해 양소민, 옥주현, 임혜영, 김환희 등이 이 역을 거쳐 갔다.

이번 시즌의 새 얼굴이 된 유낙원은 자신만의 페기 소여를 보여주고 싶었다. "저만의 느낌을 표현해내는 게 숙제였어요. 꿈을 꿀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코러스걸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꿈꾸게 하는 그런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관객들도 그 마음에 공감하며 그녀를 같이 응원하고 싶어지게 말이죠."

무대 위에서 환한 미소와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는 "사실 겁도 많고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페기 소여를 통해 그 자신도 긍정적인 힘을 얻고 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페기 소여는 당차고 패기 넘치는 인물이다 보니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더 당당해지려고 하죠. 무언가 시도하기 전에 두려워하기보단 행동하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어요."

[서울=뉴시스]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페기 소여' 역을 맡은 배우 유낙원 포스터. (사진=CJ ENM, ㈜샘컴퍼니 제공) 2022.1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의 오디션에 도전한 것 하나만으로도 스스로 뿌듯하다고 했다. "정말 많이 떨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오디션과는 달랐죠. '이건 내 거다!'하는 마음으로 갔어요. 후회 없이만 하자고 꼭꼭 되새겼죠. 다행히 실수 없이 준비한 만큼 다 해냈어요. 그래서 만약에 붙지 않더라도 저 자신을 다독일 준비까지 돼 있었죠."

중학생이었던 15살부터 탭댄스를 배웠던 유낙원에게 이 작품은 운명이었을까. "탭댄스를 통해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만약 탭댄스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요. 배우가 된 지금 제겐 큰 무기죠. 아빠가 권유해서 시작했는데, 늘 말씀하세요. 아빠가 그때 탭댄스 시키길 잘했지 않냐고요.(웃음) 이번에 소식 듣고 엄청 좋아하셨죠."

무대 위에선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탭댄스가 펼쳐진다. 10년여간 해온 만큼 걱정하지 않았는데, 막상 마주하니 고난도 안무 투성이였다. "잘하고 싶다 보니 더 잘 안되더라고요. 발만 두드리는 게 아니라 팔과 손끝까지 모두 쓰면서 연기해야 하니 어려웠죠.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 만들어갔어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페기 소여' 역 배우 유낙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03. chocrystal@newsis.com

빠르게 박자를 쪼개고 쉴 새 없이 발을 구르며 리듬을 탄다. 그 모습에 혹시 녹음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기자의 질문에 유낙원은 "어림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발에 마이크를 달아서 엄청 크게 들릴 거예요. 라이브가 얼마나 신나는데요. 발이 저도 모르게 혼자 움직이고 있어요. 사실 박자나 타이밍 걱정보다는 가끔 바닥이 미끄럽거나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점을 주의해요."

이미 몸에 배어있지만 연습을 멈춰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늘 머릿 속엔 탭댄스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가만히 있다가도 어느새 보면 발을 움직이고 있단다. "제겐 '탁탁탁' 하는 그 발소리가 너무 좋아요. 탭 소리가 일정하진 않죠. 박자가 맞았을 때 쾌감이 있어요."

배우로서 한발 나아간 유낙원은 앞으로 더 연기의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했다.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며 "무대에서 저 스스로 갇히지 않고 늘 처음처럼 새로운 느낌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제가 배우의 길을 가면서 초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작품이 될 거예요. 그동안 때때로 힘겨울 때 페기 소여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미래에도 지금 이때를 생각하면 버틸 힘을 얻겠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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