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만두’ 다음은 ‘K바이오’… CJ 바이오 혁신의 심장 ‘CJ블로썸파크’

이종현 기자 2022. 12. 3.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J그룹, 4800억 투자해 바이오 기술 역량 집결
CJ제일제당 바이오 매출 작년 3.7조원… 매년 20% 넘게 성장
바이오파운드리 기술 활용해 혁신 주도

“이곳 연구소는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면서 식품첨가제로 쓸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을 찾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구자와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던 걸 자동화하면서 효율을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미생물 하나하나를 이쑤시개로 찍어주던 시대가 끝났습니다.”

지난 11월 29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 미래 첨단바이오 연구를 책임질 바이오파운드리를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수십 명의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였다. 시설 소개를 맡은 신용욱 CJ제일제당 바이오기술연구소 상무(연구기획담당)는 설비 하나하나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CJ제일제당이 그리는 바이오 산업의 청사진도 함께 설명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CJ블로썸파크 내 바이오기술연구소를 방문해 바이오파운드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탄생시킨 국내 대표 식품기업이지만, 동시에 바이오 산업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이 만드는 라이신 등 사료용 아미노산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미노산은 동물 사료에 들어가 가축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CJ제일제당 매출액이 15조7444억원이었는데 이중 바이오 분야의 매출액이 3조7312억원에 이른다. 바이오 부문의 매출액 성장률은 25.1%로 전체 매출액 성장률(6.7%)의 4배에 달했다. 업계는 CJ제일제당의 올해 바이오 부문 매출액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블로썸파크에 있는 바이오기술연구소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연구 역량을 총집결한 심장부다. CJ그룹이 6년에 걸쳐 48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7년 개관했다. 건물 면적만 1만2000㎡로 축구장 15개 크기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구시설이지만 정작 연구소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하얀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연구자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각종 미생물을 발효하고 있는 7층 연구실의 경우 한 층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을 합쳐도 10명 정도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과거 설비를 자동화하기 이전에는 많게는 5배 정도의 인력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설비가 자동화되면서 설비를 관리할 최소한의 인력만 남고 나머지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쁘게 움직이거나 손에 플라스크나 연구용 도구를 들고 있는 연구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연구실에 도착한 연구자는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쓰는 것과 비슷한 키오스크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자동으로 각종 설비에 해당 연구자가 진행하던 연구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고, 연구자는 설비가 자동으로 내놓는 연구 결과만 확인하면 되는 식이었다.

신용욱 상무는 “실험실을 자동화해서 연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바이오파운드리의 목표”라며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활동 하나하나 까지도 수집해서 업무 효율화를 위한 데이터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바이오기술연구소가 지금까지 축적한 정보만 실험정보가 6000건에 연구원의 행동정보는 163만7000건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은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IT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CJ블로썸파크 내 바이오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찾아와 점검할 정도지만, 아직 CJ제일제당의 바이오파운드리는 세계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우리도 바이오파운드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설비를 집적만 하고 스케일 다운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디지털과 AI, 로봇 등 ICT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 분야 연구과정을 표준화·자동화·고속화하는 시설이다. 이미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바이오파운드리를 적극 활용해 연구실험 속도와 제품 생산 속도를 5~20배 정도 높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바이오 산업 혁신을 위해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천명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설비 국산화도 과제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기술연구소에 구축된 바이오파운드리 설비는 모두 외국 기업이 만든 것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파운드리의 핵심은 설비의 정밀함인데 국내 중소기업이 만드는 설비는 스펙과 성능에서 차이가 크다”며 “바이오파운드리 설비 시장이 만들어져야 능력 있는 기업들이 뛰어들 텐데 아직은 해외 업체들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