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힘 빠지자… “협조 안하면 응징” 민노총 조직적 방해·협박

조백건 기자 2022. 12.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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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도 이탈, 파업 동력 약화

수도권 전철과 전국 열차를 운용하는 전국철도노조가 2일 새벽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잠정 합의하면서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다. 전날 서울지하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총파업 돌입 하루 만에 임단협에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한 데 이어 잇따른 민주노총 대오 이탈이다.

민주노총은 당황하고 있다. 유례없는 도로·철도 동시 총파업 구상이 무너지고, 화물연대 파업(집단 운송 거부)도 점차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2일 오후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화물이 밀리면 우리가 밀린다. 화물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라며 “25만 조합원 힘을 모아 화물연대 동지들을 엄호하자. 화물연대 투쟁 일정에 최선을 다해 복무해달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차량에 업무개시 명령서 - 2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한 시멘트 공장 앞에 주차된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에 영월군청 직원이 경찰 엄호를 받으며 업무개시 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정부는 파업(운송거부) 화물 차주에게 명령서를 전달하면서 파업을 풀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원경찰청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자 화물연대도 다급해졌다. 강성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운송 방해 행위가 노골화하고 있다. 화물연대 지역 간부는 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후인 지난 30일과 1일 일부 운송사와 소속 화물 기사들에게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분명히 (운송 거부) 협조 부탁과 경고를 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총파업에 운송 결과를 취합해서 파업 투쟁이 끝나면 분명히 화주사, 운송사를 응징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30일 업무를 재개한 한 운송사 화물차 36대는 시멘트를 싣기 위해 경기도 한 공장으로 갔으나 입구를 지키고 있던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욕설을 하며 위협하는 바람에 3대만 겨우 시멘트를 실었고, 나머지 33대는 빈 차로 돌아가야 했다.

지난 1일 오전엔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울산시 남구 한 시멘트 공장으로 들이닥쳐 시멘트 화물 기사들에게 “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 건설지부는 최근 타설분회에 보낸 긴급 공지문에서 “타설분회 전 현장에 대한 전면 타설 중지를 요청하며, 간부와 각 지회 팀장들은 본인 현장의 비(非)조합원들이 타설을 못 하도록 강력히 대응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민노총 파업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이후 시멘트는 물론 정유, 컨테이너 등 핵심 품목 물동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송사 대표들도 국토교통부에 “화물연대 협박, 폭언으로 운송을 못 하고 있다” “안전 보장만 해주면 우리도 운송을 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당초 화물 기사들이 고의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론 적잖은 기사들이 국토교통부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와 “명령서가 왜 이렇게 안 오느냐. 빨리 보내달라”고 하고 있다고 한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소득이 없어진 화물 기사들이 더 못 버티고 명령서를 내세워 복귀하려 한다는 얘기다. 명령서를 받으면 화물 기사는 다음 날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불응하면 형사 처벌 등을 받는다. 화물 업계 관계자는 “44만 화물 기사 중 3분의 1 정도는 파업에 동조하지 않고 운행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1일 기준 시멘트 출하량은 11만7000t으로 평시 대비 62% 수준까지 올랐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 대비 5~10% 수준에 머무른 바 있다. 정유 역시 시멘트 운송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전인 지난달 27일 출하량이 평시의 37%였지만 발동 후인 지난달 30일엔 82%까지 상승했다. 전국 항만 밤 시간대 반출입량도 2일 기준 평시 대비 81%로, 지난달 28일(평시 대비 21%)보다 대폭 상승했다. 이 세 품목 운송은 화물연대가 35~80%를 장악할 정도로 기세가 높은 분야였다. 비조합원뿐 아니라 상당수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운행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품목 물동량이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낙관적으로 보기엔 이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철강 출하량은 평시의 47%(9만2000t) 수준으로 답보 상태다. 1일까지 철강 업계 피해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5대 철강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은 8700억원 피해를 봤다. 군산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운송 차질로 철강재 운송이 평시 대비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했다. 포항 현대종합특수강은 생산 원료가 입고되지 않아 일부 라인 생산이 중단됐다.

타이어와 차량도 생산 물량을 쌓아둘 곳이 없어 속속 감산 체제에 들어가고 있다.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은 1일부터 20~30% 감산에 들어갔다. 기아 광주 공장도 하루 2000대 생산되는 차량을 공장에 쌓아둘 수 없어 ‘로드 탁송(개별 운송)’을 통해 제3의 차고지로 옮기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도 2일 오후 2시 기준 60곳으로 사흘 만에 3배로 증가했다. 시멘트·레미콘 운송 차질로 1일 기준 총 91개 건설사의 1219개 공사 현장 중 727개(59%)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정부는 다음 주 월요일(5일)이 이번 총파업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서가 대부분 도달해 화물 기사들이 업무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이즈음이기 때문이다. 한 운송사 대표는 “정부가 복귀한 화물 기사들을 화물연대 보복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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