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꽂이] 평론가 강지희의 ‘겸허함이 필요할 때 읽는 책 5′
평론가. 2008년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서 당선돼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단(文壇) 내 성폭력과 미투 운동 등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한국 사회의 화두를 중심으로 문학 작품들을 분석한 평론집 ‘파토스의 그림자’(문학동네)를 낸 그가, ‘겸허함이 필요할 때 읽는 책’ 5권을 추천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마음의 매듭을 짓고, 어떤 것들은 떠나보내는 연말이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서만 찾아드는 지혜가 있다. 이 책들은 인간이 자신을 내려놓을 때 새롭게 다가오는 다른 존재들과 시간 감각에 대해 주목한다.
나이 듦과 질병과 죽음을 우아하게 응시하는 방법이 있을까. 에드워드 사이드는 예술가들이 말년에 남긴 작품에서 놀라운 가능성을 본다. 그것은 평온함이나 성숙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파격과 함께 온다. 늙고 귀먹은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소나타나 바장조 현악 4중주(Op.135)는 산만하고 때로는 극히 둔탁한 음형의 반주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결함이 아니다. 그 느리고 독특한 리듬과 침묵은 이후 불협화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신음악을 탄생시켰다. 말년의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주관으로 기존의 까다로운 작법과 관습을 부수고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만든다. 마지막을 계속 상기시키기에 우리를 겸허하게 하면서도, 끝에 이른 인간이 마침내 깊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축복을 보여주는 이 책 만큼 연말에 어울리는 책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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