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전체를 보는 눈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지나가던 시민이 노숙인에게 외투를 벗어 주는 장면을 포착한 미담 기사 댓글창을 보면 불쾌했다. 감정을 설명하고 싶어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 왔다. 한국 사회 전체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조망하고, 그 안에서 나와 남들의 위치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그 결과 이해했다. 공감이 만들어지는 방식, 흘러가는 방향은 사회 구조를 반영한다. 공감 능력은 중요하다. ‘불쌍한’ 사람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공감 말고, 정확하고 공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공감 말이다.
한국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살거나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대략 추산하면 인구의 약 12%, 건물주는 약 4%다(LH 토지주택연구원 2020·국토교통부 2019·국세청 국세통계 2019 참조). 객관적으로 주거 빈곤층의 ‘쪽수’가 3배인 셈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부동산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공공임대주택에도 공정하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5대 일간지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기사를 검색해 보면 2793건, ‘공공임대’를 포함한 기사는 142건으로 차이가 열 배가 넘는다.
언론을 움직이게 하는 독자층은 누구일까? 2011년 영국에서 대규모 계급 조사가 실시됐다(GBCS). 초기 설문 응답자는 BBC 웹사이트를 통해 모집됐는데, 흥미로운 것은 BBC 주 시청자들이 중심이었던 16만명의 응답자 절대 다수가 영국 사회 평균보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아 그들의 응답만으로는 ‘진짜’ 영국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주류 언론사의 독자층은 어떨까? 필자들은? 그러니 내가 이 지면에서 집 없고 차 없고 매주 홈리스행동 아랫마을홈리스야학에 자원활동을 하러 가는 사람으로서 쓰는 것이 공정성에 기여하는 일이다.
지난 1일 홈리스의 권리를 다루는 토론회에 참석하려다가 건물 입구에서 쫓겨난 홈리스 당사자 로즈마리(활동명)는 아랫마을 학생이다. 그는 지난 10월10일 주거권대행진에서 이런 팻말을 들었다. “Give me a house like yours, 너네 집 같은 집 내놔!” 야학에 영어반이 생긴 보람이 있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국회 앞에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국회 예산안 합의 시 공공임대 분야 삭감을 반대하는 자리다. 상황을 살펴보니 현재 민주당은 ‘청년’을 중심으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청년이 돈을 모아 분양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쉬운 공감’을 이용한 주장이다.
더 넓게 보자. 공공임대의 다수인 국민임대는 50·60대 거주자 수가 과반이고 그중 다수가 1인 가구다. 청년층이 다수인 행복주택은 2년마다 심사를 해 내보내는 임시 주거지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소득과 자산과 언론의 관심은 불평등하다. 집이 너무 비싸 못 사는 게 당연한 사람은 늘고 있고, 가족 규범이 바뀌는 현실 속에 더 많은 이들이 1인 가구로 오랜 시간 살아갈 것이 ‘현실’이다. 공공임대주택 문제를 열 명 중 한 명의 문제로 비중 있게 다루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미래 문제로 여기는 게 ‘전체를 보는 눈’이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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