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사 기자 출신이 전하는 건설현장의 생생한 삶

이강은 2022. 12. 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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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이혼하고 집도 오갈 데도 없이 통장 잔고는 150만원뿐인 서른두 살의 남자가 인생의 밑바닥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노가다판으로 향한다.

저자는 책에서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고 꿈이자 희망인 노가다판이 온갖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반박하고, 돈보다도 몸 쓰고 땀 흘리는 삶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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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가라사대/송주홍 지음/시대의창/1만6000원

막 이혼하고 집도 오갈 데도 없이 통장 잔고는 150만원뿐인 서른두 살의 남자가 인생의 밑바닥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노가다판으로 향한다. 그렇게 ‘인생 막장’이라고 하는 노가다판에 첫발을 디딘 지 5년. 남자는 그 판에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삶을 배우며 이제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책은 그 과정을 담았다. 잡지사 기자 출신인 저자가 노가다 잡부로 시작해 목수가 되기까지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담았던 첫 노동에세이 ‘노가다 칸타빌레’의 후속작과 같다.
송주홍 지음/시대의창/1만6000원
저자는 책에서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고 꿈이자 희망인 노가다판이 온갖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반박하고, 돈보다도 몸 쓰고 땀 흘리는 삶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전한다. ‘노가다꾼=돈 못 버는 직업’이란 오해도 풀어준다. 예컨대 보통 일용직으로 여겨지는 노가다꾼도 법이 바뀌어 4대 보험에 가입된다고. 한 현장에서 한 달에 8일 이상만 일하면 자동 가입된단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노가다판 3년 차이던 2020년, 매달 번 돈을 세금 제외한 실수령액으로 공개한 걸 보면 4188만여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5000만원 정도다.

물론 노가다꾼으로서의 삶이 고단한 것도 생생하게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은행에 가도 일용직으로 분류돼 ‘직장인 신용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수술을 해야 할 만큼 고장 난 몸인데도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술하면 나을 때까지 일을 쉬어야 하는데 그만큼 벌이가 줄기 때문이다. 부양가족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고통을 참고 노가다판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눈이나 비가 오고, 공사 일정이 안 맞는 등 다양한 이유로 들쭉날쭉한 월급 탓에 한숨을 푹푹 쉬는 상황도 불안 요소다.

‘오야지(공사 현장에서 일꾼을 직접 감독하고 지시하는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판치는 건설 현장, 오야지 밑에서 파리 목숨과 다를 바 없는 노가다꾼의 입장, 중대재해법까지 생겨도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등은 혀를 차게 한다. 생산품질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해 ‘죽음의 속도전’이라 불리는 ‘야리끼리(그날 정해진 할당량을 채웠을 경우 일찍 퇴근하는 것)’ 관행 폐지 필요성 등 저자가 노가다판에서 일하며 목도한 건설 현장의 병폐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처럼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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