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이로... 일본 16강 ‘골 인’
일본이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일본은 2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스페인에 2대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죽음의 조’라 불리던 E조에서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격파하면서 당당히 1위(승점 6점·2승1패)로 16강에 승선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아시아 최초 2연속 16강’이라는 문패를 달았다.
◇일본식 ‘기습 축구’
일본의 전쟁 역사에서 기습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적은 병사로 거대한 부대를 전복시킬 수 있는 비장한 무기라고 일본 역사서에선 묘사된다. 16세기 오다 노부나가가 병력 2000명으로 야간 기습을 감행해 2만5000명의 적군을 쓰러트린 ‘오케하자마 전투’는 지금도 일본에서는 탁월한 병법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대회에 선보인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기습 축구는 마치 ‘오케하자마 전투’를 연상케 한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 그리고 앞선 독일과의 1차전은 경기 양상이 판박이처럼 같았다. 전반에는 평이한 축구를 펼치면서 상대 방심을 유도했다. 그 결과 전반에 1골을 허용했다. 덕분에 상대 긴장이 느슨해졌다. 독일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는 경합 도중 다리를 껑충껑충 올리면서 마음 놓고 일본을 조롱했다.
일본은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 후반 휘슬이 울리자마자 상대 선수들을 사방에서 둘러싸면서 강하게 압박했다. 상대는 전반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 듯 맹렬해진 일본에 당황한 기색이 또렷했다. 일본은 두 경기에서 후반에 연달아 2골을 넣으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2일 일본에 일격을 얻어맞은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은 “순식간에 2골을 허용한 그 5분 동안 공황상태였고, 해결 방법을 못 찾았다”며 “일본이 전력으로 부딪친 덕이다. 축구에서는 이런 일도 일어난다”고 했다. 스페인은 전반 선제골을 넣고 후반 3분과 후반 6분 연이어 2골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전세를 엎은 일본의 마지막 작전은 걸어 잠그기. 공격수와 수비수 할 것 없이 10명이 한 몸처럼 페널티 박스를 사수한다. 상대팀은 전열을 추슬러 반격에 나서지만 견고한 벽을 뚫어내지 못하고 경기가 끝난다. 독일도 스페인도 후반 일본의 기습에 휘둘렸다. 독일도 전반 33분 페널티킥으로 득점한 뒤 후반 30분, 후반 38분 연달아 골을 허용하며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공 안 가지고도 승리한다
2일 경기에서 일본과 스페인의 점유율은 17%-74%. 스페인이 5대0으로 크게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은 차이다. 미국 ESPN은 “일본은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낮은 점유율로 승리한 팀”이라고 했다. 일본의 독일전 점유율도 24%에 불과했다.
이렇게 공을 많이 갖고 있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일본이 독일의 ‘게겐 프레싱(Gegenpressing)’을 가져온 덕분이다. 게겐 프레싱은 2010년대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는 스페인의 ‘티키타카(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무너트리기 위해 고안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이 보여준 것처럼 사방에서 압박해 패스를 못 하게 만드는 전술이다. 급격하게 체력을 소모하는 게 단점인데, 일본은 딱 필요할 때, 짧은 시간에만 강도 높은 압박을 펼쳐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독일 축구를 배우자’면서 많은 선수와 코치를 독일로 보냈고, 독일의 축구 철학을 일본 대표팀에 심는 데 성공했다. 두 경기에서 전부 동점골을 넣은 도안 리쓰(24)도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소속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과의 희생양이 독일이 됐다.
독일은 일본에 당한 1차전 충격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조 3위(승점 4·1승1무1패)로 대회 2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 월드컵 우승 후보라 불리던 스페인도 불의의 일격을 맞으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승점 4점(1승1무1패)으로 독일과 동률이지만 골득실차에서 6-1로 앞섰다. 코스타리카는 같은 날 독일에 2대4로 지면서 4위(승점 3점·1승2패)로 짐을 쌌다.
‘죽음의 조’에서 조 1위로 살아남은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우리도 세계 무대에서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8강, 또는 그 이상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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