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음악·문화로 본 카타르 월드컵 중간결산
2022. 12. 2. 22:51
아랍권 최초로 열리는 축구축제
개막공연 빈약한 콘텐츠 아쉬워
한국 고유의 문화·전통음악 보유
21세기 선도 K컬쳐로 발전 뿌듯
개막공연 빈약한 콘텐츠 아쉬워
한국 고유의 문화·전통음악 보유
21세기 선도 K컬쳐로 발전 뿌듯
독자들께서 이 글을 읽을 즈음이면, 카타르 월드컵 조별 라운드 경기가 모두 끝났을 것이다. 16강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는 비교적 홀가분하게 지난 개막식, 그리고 대한민국과 같은 조 국가들의 문화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12년 만의 원정 16강을 앞두고 우루과이나 가나, 그리고 포르투갈의 문화와 음악을 살펴보기엔 글쓴이 역시 축구팬으로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결과와 관계없이 조별 라운드 세 경기에서 수고한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일단, 글쓴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본 월드컵 개막 공연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싶다. 아시아 대륙에서 두 번째로 열린 월드컵을 강조하려는 개최국의 의지는 카타르 현지 가수와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함께 꾸민 무대로 충분히 드러난 것 같다. 하지만 아랍 문화권에서 최초로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이슬람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빈약한 콘텐츠를 비롯해 여러모로 아쉽다. 더군다나 샤키라나 두아 리파 등 유명 팝스타들이 카타르 내 인권문제에 반기를 들며 개막 공연 참가를 거부한 사실은 오점으로 남는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카타르가 개최국으로서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은 부분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 월드컵은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축구라는 스포츠 대회이지만, 그 기간 중 국가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문화 홍보와 소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카타르는 개최국으로서 얻는 것에 비해, 오히려 이슬람 문화의 부정적 이미지와 오해를 더욱 부각하는 실수를 저질러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부분은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이 속해 있는 조별리그 국가들의 문화와 음악을 살펴본다. 요 며칠을 돌아보면, 글쓴이가 팝과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축구 이야기를 할지언정 우리 상대였던 포르투갈, 가나, 그리고 우루과이의 문화와 음악 이야기를 별로 한 적이 없었다. 대신 역대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비롯해 축구와 관련이 있는 세계 각지의 노래들로 한껏 분위기를 올렸던 기억이 있다. 이제야 밝히는 사실이지만, 조별 라운드에서 우리가 상대한 이 세 나라 모두 묘한 문화적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역사를 통해 문화들이 교차했던 지점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세 나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차이가 있다. 먼저, 포르투갈은 제국주의 시대 자발적으로 세계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면서 특유의 정서를 담은 음악 장르 ‘파두’를 만들어냈다. 이 전통 가창 장르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통으로만 만든 음악이 아니다. 신대륙의 문화와 아프리카의 음악 전통을 포르투갈 사람들이 과감하게 받아들여 자신들의 감성을 표현한 노래다. 우루과이는 포르투갈과는 반대 입장에서, 유럽의 제국주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다. 특히 몬테비데오를 중심으로 라플라타강 유역의 사람들은 강 건너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밀롱가’를 공유하며 현지 특유의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냈다. 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밀롱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탱고를 만들긴 했지만.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있는 가나는 유럽 강대국들의 문화를 강제로 받아들여야 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 조건에서 이후 자생적인 문화 또는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수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은 점,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미국 대중문화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은 점 역시 가나와 비슷하지만,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확연히 달랐다. 한국전쟁 직후 시점 출발선은 같았으나 경제발전이라는 측면과 국가 위상, 그리고 문화를 무기로 21세기를 선도한다는 부분은 대한민국과 가나의 결정적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농담 삼아 곁들이자면, 대한민국이 이번 조별리그 가나 경기에서 2-3으로 졌기 때문에 이런 비교로 정신승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음악, 그리고 21세기를 선도하는 K컬처를 보유하고 있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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