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아프리카인을 포착하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2. 12.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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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최원준 개인전
한국 이주 아프리카인 모습
사진과 뮤직비디오에 담아

동두천에는 이보(Igbo)족이 산다. 나이지리아 이보족은 둥근 빨간 모자를 써 정체성을 드러낸다. 1990년대부터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이태원과 동두천, 파주, 평택에 정착해 자신들의 타운을 형성해왔다. K팝도 한국문화도 관심없고, 이들 다수는 동포 교회와 교민회를 통해 교류하며 고국에서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최원준(43)은 이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사진을 찍었다. 전통의상을 입은 이보족이 생일 파티를 여는 사진에는 천원짜리 지폐가 하늘에서 뿌려진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축하를 할 때 행하는 의식. 작가는 “고립되어 사는 이들의 마음을 열고 파티 사진을 찍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한반도 아프리카인들의 치열하고 행복한 일상이 사진으로 펼쳐진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 본관에서 최원준(43)의 개인전 ‘캐피탈 블랙’이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사진과 영상작업 26점이 전시된다. 의무경찰로 복무하며 시위 현장을 촬영했던 그는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는 작업을 해왔고, 뉴욕 뉴뮤지엄 트리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에서 전시했다. 작가는 “동두천, 평택 등에는 수천명이 모여살고 타운을 이뤘지만, 국내에선 이들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다. 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을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최근 가나, 나이지리아, 콩고 등에서 이주한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작업하고, 이들의 생활을 돕기위해 집과 작업실도 동두천으로 옮겼다. 그의 사진에선 한반도에서 섬처럼 살아가는 이들도 엿보인다. 낯선 타지를 알아가기보다 조국 문화를 지키며 결속을 다지는 이들, 그리고 다문화가정을 이룬 이들의 두 갈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의 배경은 사진관, 집, 일터 등 다채롭다. 증명사진처럼 촬영된 가족들의 모습에선 미국의 한인교포들처럼 부모와 자녀가 언어적·문화적으로 단절되어가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힙합과 전통음악인 하이라이프(High Life)를 노래하는 뮤직비디오 ‘저의 장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현지에서 전통적으로 관 대신 사용하는 고인의 물건을 사용하는 점에 착안해 사람 크기의 구두 모양 관과 함께 영상을 설치했다. 고국에선 가수와 배우였지만 한국에선 노동자일 뿐인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 이들의 음악를 만날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뮤직비디오 ‘고통없이는 왕관도 없다’에선 쉬는날 없이 근무하느라 서울에도 가본적 없는 이들이 롯데월드와 백화점 등 관광명소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작가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아프리카인 타운과 문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고립된 그들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의 디렉터 문선아는 “블랙이라는 미명 하에 숨겨진 다양함을 들춰내려는 시도이자 그들과 우리의 관계성을 살펴보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뮤직비디오 ‘저의 장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한 장면 [사진 제공=학고재]
나이지리아에서 온 넬슨과 엠마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 [사진 제공=학고재]
파티들 [사진 제공=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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