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예산’은 키웠는데…지원은 곳곳이 ‘헛발’
[앵커]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기후대응기금 예산을 배정해 사업을 벌였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산업 분야'입니다.
특히,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스스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산 방식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급한 곳에 예산이 제대로 잘 쓰였을까요?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테인리스를 깎아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쇠 찌꺼기와 함께 매일 130리터의 기름이 버려집니다.
["가공하게 되면 이렇게 절삭 칩이 나옵니다."]
두 달 전, 기름만 따로 뽑아 재사용하는 기계를 설치하면서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기곗값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황현순/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대표 : "(기곗값이) 많이 부담됩니다. 고가 장비이기 때문에 쉽게 투자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탄소중립의 가장 큰 부담으로 '설비 비용'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투입된 기후대응기금을 분야별로 나눴더니 금융과 기술개발 지원 사업은 60개, 사업 금액도 전체 예산의 65.5%나 됐습니다.
반면 설비 지원은 10개 사업에, 예산도 23%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기금을 만든 취지로 본다면 R&D(연구·개발) 사업 숫자가 이렇게 많은 것보다는 온실가스를 당장 감축할 수 있는 검증된 사업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설비 지원을 해줘도 자격이 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지원 사업은 올해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했는데, 지원 대상을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 7백만 개 중 이 자격을 갖춘 곳은 130곳뿐입니다.
[정세록/사단법인 넥스트 연구원 : "장기적으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여가겠다'라는 것에 대한 감축 전략을 확인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올해 기후대응기금 중 중소기업 예산은 약 8,220억 원.
몸집만 키운 예산 지원 아니라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가려내는 행정력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홍성백 서다은/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노경일 고석훈
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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