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도시, 대립이 아닌 상생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김유익의 광저우 책갈피]

기자 2022. 12. 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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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부의 7년 시골살이
<촌스럽지 않은 촌살이(土里不土氣)>
글 큰뿔영양(長角羚, 자연학교에서 부르는 별칭)
모기앵앵(蚊滋滋)·그림 모기앵앵

중국 최초의 도시 청년 귀농기라 할 만한 <촌스럽지 않은 촌살이(土里)>에서 리(里)는 마을사람들이 땔감과 식량 등을 얻는 부근의 산을 뜻하는 일본말 사토야마(里山)에서 따온 제목이다. 도시도 야생도 아닌 문명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공간을 의미한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노르웨이에서 서로 알게 된 베이징 출신의 ‘80허우’ 중국인 유학생 부부는 귀국해서 환경 NGO의 활동가가 됐다. 퇴직 후 근교로 귀촌해 자급자족 생활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하는 ‘가이아 자연학교’를 열었다. 7년간의 시골살이를 예쁜 삽화,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시골 생활에 필요한 기능, 주위의 동식물, 마을의 이웃들, 주위에서 얻기 쉬운 재료로 만든 ‘샤방’한 요리 레시피까지 알차게 담았다.

중국에서 도시로 나왔다가 농촌으로 돌아간 ‘반향(返鄕)청년’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이미 십여년 전이다. 한국에도 <백 년의 급진> <여덟 번의 위기> 등으로 알려진 정치경제학자 원톄쥔은 청년과 농민, 시민들이 함께하는 ‘신향촌건설운동’의 리더이기도 하다. 20년간 진행된 이 사회운동은 중국판 새마을운동인 ‘신농촌건설’이나 ‘향촌진흥’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근대화, 도시화, 공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두고 글로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태문명건설’을 주장한다. 구체적인 실천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소농 중심의 생태농업을 포함한 1·2·3차 산업의 융·복합 발전, 군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생태계 건설,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을 제안한다. 중국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과잉자본을 농촌에서 흡수하는 방식으로 버블붕괴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반대편에 루밍(陸銘) 상하이교통대 교수가 있다. 그는 중국판 <도시의 승리>라고 할 만한 <대국대도시(大國大城)> <중심지향도시(向心城市)>를 잇달아 출간했다. 2020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중국의 도시화율은 64%인데, 그는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 중국도 서둘러 80~90%의 도시화율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구 천만에서 사천만에 달하는 메갈로폴리스 10여개의 등장을 예견한다.

그가 주로 비판하는 중국의 정책은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후커우(戶口) 제도와 과도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초래한 자원의 왜곡된 배분이다. 리카도의 이론대로 지역별로 비교우위를 찾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중국 내에 거대한 통일 상품과 생산요소시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발전의 계책이라는 것이다.

좌파와 리버럴 간의 논쟁처럼 들리지만 두 학자 모두 자본이나 국가 대신 사람과 약자를 위한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소도시는 상주인구 5만명을 기준으로 삼지만, 농촌 곳곳에 ‘타오바오마을’이라 불리는 도시형 경공업 클러스터가 등장해 인터넷 판매를 통한 내수와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농촌생태문화관광지 수요도 늘고 있다. 정부도 인터넷 플랫폼도 예상하지 못했던 흐름이다. 상하이 등의 초거대도시권역에 살게 될 4억 인구를 제외한 10억 인구가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일 곳들이다.

김유익 재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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