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통해 받아들인 내 삶과 상처[책과 삶]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캐서린 메이 지음·이유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376쪽 | 1만7800원
저자 캐서린 메이는 서른아홉 살에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책은 진단을 받기 전, 자신의 자폐 징후를 어렴풋이 느낀 작가가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과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저자의 걷기는 숲속에서 우연히 길을 잃은 경험에서 시작됐다. 사실 그는 이미 ‘길’을 잃은 상태였다. 일과 육아, 인간관계로 매일이 휘청거렸고 스스로를 돌볼 시간도 부족했다. 숲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그는 두려움보다 해방감을 느낀다. 사방에서 숲이 내뿜는 기운과 소리가 들려왔고, 그 순간 얼마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지 깨달았다. 저자는 “한 아이의 엄마인 내게 세상은 결코 오롯이 나 자신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나로 돌아가야 함을 확인한 순간”이라고 썼다. 이날의 경험 이후 저자는 영국의 가파르고 험준한 해안 트래킹 코스인 사우스웨스트 코스트 패스를 걷기 시작한다.
트래킹을 시작한 지 3개월쯤 흐른 뒤 메이는 우연히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걷기’는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 된다. 녹초가 될 때까지 걸으며 그동안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삶을 조금씩 제자리로 맞춰가는 법을 알게 된다. 저자는 “여태껏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삶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고 애썼다는 것을, 그리고 그로 인해 자주 역겨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더 잘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고치거나 교화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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