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체제 한복판의 지식인…‘무함마드 깐수’ 정수일이 돌아본 소설 같은 삶[책과 삶]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정수일 지음
아르테 | 604쪽 | 4만2000원
누구든 이야기책 한 권은 나온다는 인생이지만, 이 땅에 이같이 파란만장하고 소설·영화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문명교류사·실크로드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위장신분 ‘무함마드 깐수’란 이름으로 유명한 정수일 (사)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88)이다. 그의 이력 중 몇 개만 보자. 1934년 중국 옌볜 출생, 첫 국비연구생으로 이집트 유학, 중국 외교관, 북한으로 이주해 평양국제관계대·평양외국어대 교수, 튀니지대 연구원, 말레이대 교수, 한국의 단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 6개국 국적자이며 12개 국어 능통자로 33종 40권의 책을 집필·역주해 여러 논문·출판상도 받았다.
도저히 뺄 수 없는 사실도 있다. “통일의 광장에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기다리겠다던 당신,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기일이 언제인지도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르는 이 매정한 남편을 크게 질타해 주오!”라는 남편이며, 이산가족인 세 딸과의 상봉을 위한 애타는 염원을 담아 혈액 채취와 영상편지 보내기 행사에 참여한 실향민 아버지다.
이 책은 분단체제 한복판에 있는 한 지식인, “세계사와 민족사를 통틀어 보기 드문 난세와 격동으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온 시대인”의 회고록이다.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를 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한 시대인으로서 미미한 족적이라도 남기고 싶어 기를 쓰며 살아온” 이가 “떠나야 할 때가 되어” 인생관, 학문관, 세계관, 자연관 등을 기록했다. “못다 한 일의 아쉬움은 있어도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없다”는 그는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그 짐을 후세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장 통탄스럽다”며 “누군가에 의해 이어지고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한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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