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창의적인 쓰레기들을 봤나”...스티로폼 플라스틱의 변신 [Culture]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 주제
제주도립·현대미술관서 선보여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 열리는, 5년 만의 귀환엔 우려가 더 컸다. 잡음을 일으킨 첫 행사로 사라질뻔한 데다, 전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가 또 필요하냐는 의문이 있었다. 박남희 예술감독이 소수정예 사단을 꾸려 8개월 만에 준비한 비엔날레는 그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놓았다. 국제적 명성의 작가들을 특색 없이 모아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소 특정적 미술’의 전범을 보여줬다. 왜 제주인가라는 질문에는 자연과 생태, 신화를 주제로 한 ‘맞춤옷’을 입은 신작들로 답했다. 박 감독은 “해외 유명작가들은 제주라는 섬의 매력 때문에 해보겠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지속가능한 비엔날레의 길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6개 공간 모두 장소적 특성도 살리면서 작품과 잘 호흡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인간 중심 개발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가능하면 생태와 환경에 저촉되지 않도록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전시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자원이 소모되지 않는 비엔날레를 지향한다. 도록도 전자책으로 발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작가들은 풍성함을 더했다. 강요배는 높이가 6.7m에 달하는 대작 ‘폭포 속으로’와 제주 바다 영상을 병치시켜 제주 자연의 장엄함을 강렬하게 펼쳐 보인다. 유창훈은 제주의 산수를 세밀한 회화로 담은 ‘한라에서 성산까지’, 박능생은 군산 오름에서 바라본 제주를 9m 화폭에 담은 ‘제주-탐라여지도’를 선보였다. 제주에 거주하며 작업한 신작도 많다. 1년 내내 제주 바다를 일기 쓰듯 128점의 그림을 그린 노석미, 해녀복을 수집해 해녀들이 몸을 말리는 ‘불턱’을 만든 이승업, ‘탐라순력도’를 거울과 미디어아트를 통해 체험형 전시로 확장한 이이남의 작업은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우정수, 박광수, 윤향로, 박지혜, 자디에 사 등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제주 전통 가옥을 레지던시로 조성한 ‘미술관옆집 제주’에선 태국 출신 세계적 퍼포먼스 작가인 리트릿 티라바닛이 집과 밭, 작업실로 손님을 초대해 환대하는 퍼포먼스를 매일 이어간다.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관계의 미학’을 제주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직접 만든 퇴비로 키운 작물을 이용한 음식과 술로 생과 사의 순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업이다.
다만 제주와 가파도가 나오시마처럼 예술섬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 보인다. 제주도립미술관의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는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보 점자판을 설치한 강승철의 ‘산책’, 김기대의 ‘바실리카’, 가파도의 갈리오토 벽화 등 3개월간 시한부로 설치된 작품 다수는 영구 설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철거 가능성이 높다. 박 감독은 “장소성이 있는 작품은 영구적으로 남아 제주의 예술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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