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외쳤단 이유로 감옥 간 이들에게···“우리가 함께함을 기억해 주세요”

김송이 기자 2022. 12. 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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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 러시아 평화수감자를 지지하기 위해 쓰인 편지가 모아져 있다. 김송이 기자

“당신은 잊히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러시아의 ‘평화수감자’들에게 손편지를 쓰기 위해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을 찾은 구지연씨(34)는 엽서에 어떤 말을 적을지 골똘히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평화교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구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의견을 냈다가 징역 7년형을 받아 수감 중인 모스크바의 정치인 알렉세이 고리노프에게 편지를 썼다. 구씨는 “어떤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재판받고 있다는 게, 전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멀고, 전쟁에 직접 연루되진 않았지만 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평화수감자’는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다 수감된 이들을 뜻한다. 매년 12월 1일은 이들을 기억하는 ‘평화수감자의 날’이다.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은 지난 2003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평화수감자들에게 편지쓰기 행사를 진행해왔다. 올해 행사에서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발발한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수감된 이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이날 편지를 쓰러 온 15명은 평화수감자에게 보낼 엽서에 제각각 연대한다는 마음을 담았다. “건강 잘 챙기시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가 함께함을 기억해달라” “전쟁 대신 예술을 하자” “따뜻한 연말 되시라” 등의 응원이 보였다.

“영어로 적어야 할까? 러시아인이 영어를 못 하면 어떡하지?” 평화수감자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내 “편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의견이 모였다.

편지는 평화수감자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고 한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수감생활은 철저하게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이기에 편지를 받는 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또한 “외부에서 신경 쓰는 사람이란 걸 알면 (감옥) 안에서 함부로 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리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러시아는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가, 정치인, 학생 등에 대한 체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구씨가 수신인으로 지정한 알렉세이는 개정법에 따라 징역형을 받은 첫 번째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회의에서 “아이들이 죽고 있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했는데, 지난 7월 러시아군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평화 시위를 했다가 구금된 이도 있다. 사샤 스코칠렌코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 지난 3월 말 슈퍼마켓에서 상품의 라벨을 우크라이나 침공을 알리는 스티커로 바꿔두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마리우풀 극장을 폭격해 사망자가 나왔단 내용이었다.

전쟁없는세상은 러시아의 평화수감자를 지원해 온 단체 ‘블랙펩(Black February)’를 통해 평화수감자들에게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장을 찾지 못한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온라인으로 보낸 17편의 편지도 함께 전달할 계획이다.

블랙펩은 평화수감자 개개인의 사연과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주소를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이들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다(▶관련 링크: http://blackfeb.ru/en).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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