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최후진술 “멸문지화의 고통, 압도적 검찰력에 난 무력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장관은 2일 “압도적 검찰권 행사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며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았다. 법무장관직을 수락한 후과(後果)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마성영)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전 장관 발언에 앞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200만원을 구형(求刑)하고 600만원 추징 명령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검찰 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검찰·언론·정치권의 무차별 파상 공격이 시작돼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최소 70군데에 달하는 압수 수색이 이뤄졌다. 가족 누구의 동의도 없이 제출된 가족 PC 안에 있던 몇 천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10년간의 소소한 문자 대화가 공개되고 조롱받았고 그것이 유죄의 근거로 원용됐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1940년 미국 연방대법관 로버트 잭슨께서 미국 연방검사협회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연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며 다음과 같은 표현을 소개하기도 했다. “검사의 가장 위험한 힘은 검사 자신이 싫어하거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특정인을 선택하거나, 인기 없는 특정 집단을 선택한 다음 그들의 범죄 혐의를 찾는 것에 있다.”
조 전 장관은 “자식 관련해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연락을 받지 않았고 접촉을 회피했다. 딸의 친구들은 검찰 조사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된 뒤에야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아비로서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증발해 버린 딸의 아픔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며 “계속되는 멸문지화의 고통 속에 있는 가족을 챙기고 돌봐야 하는 가장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법률가 친구들은 걱정이 돼 내게 말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게 하지 마라’고 말이다”라며 “’죽지 마라, 살아있으라’란 말을 에둘러 했던 것이다. 무참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분노와 절망의 감정에 휩싸였다. 재판을 받는 신세인지라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의 말을 표출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깊은 자성과 쓰린 자책의 과정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제 말과 제 행동이 온전히 일치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다. 제 자신과 자식의 일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점을 반성했다. 저에 대해 신뢰와 기대를 보내주신 많은 사람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은 오늘 저에게 중형을 구형했고, 이제 재판부의 선고만 남았다. 저와 제 가족의 명운이 경각에 달렸다”며 “법무장관도, 민정수석도 아닌 한 명의 시민으로 호소드린다. 아픈 몸으로 옥살이해야 하는 아내와 상상도 못한 시련으로 방황하는 자식들을 수발해야 하는 집안의 가장으로 호소한다. 검찰의 의심과 추측과 주장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최후 진술을 들은 뒤 “검찰, 변호인, 일반 국민들 견해도 많이 각각 다를 것이지만 각각 견해는 일도양단 식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견해가 옳다고 해도 반대되는 견해가 경청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재판부는 법에 정해진 결론에 따라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상충하는 양 당사자들의 견해를 잘 살피겠다. 그동안 수고하셨다”면서 이날 재판을 끝냈다. 이 재판 선고 기일은 내년 2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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