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월드컵에 심판이 모두 여자... 새로운 휘슬 울렸다
민트색 티셔츠에 검정 반바지를 입고 머리를 묶은 여성 심판 3명이 선수들보다 먼저 등장했다. 2일 카타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독일과 코스타리카 경기 주심을 맡은 스테파니 프라파르(프랑스), 부심 네우사 백(브라질)과 카렌 디아스(멕시코)다.
이들은 월드컵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겼다. 남자 월드컵에서 주심과 부심이 여성으로만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경기에 앞서 “오늘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날”이란 글을 세 여성 심판 사진과 함께 올렸다.
이날 주심으로 나선 프라파르 심판은 지난달 22일 폴란드와 멕시코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선 대기심을 맡아, 남자 월드컵 본선 경기에 나선 첫 여성 공식 심판으로 기록됐다. 2019년엔 여성 최초로 프랑스 리그1 심판을 맡았다. 2020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선 여성 최초로 조별리그 경기 주심을 맡기도 했다.
작년 3월엔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G조 2차전 네덜란드-라트비아전 주심을 맡아 남자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휘슬을 분 최초의 여성 심판 타이틀도 얻었다. 그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의 ‘세계 최고 여자 심판상’을 2019년부터 3년 연속 받았다.
프라파르는 CNN 인터뷰에서 “만약 여자라는 이유로 이 자리에 있다면, 경기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축구뿐 아니라 모든 직업에서도 계속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체력적으로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남자 경기에서 같이 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의미였다. 한지 플리크 독일 대표팀 감독은 프라파르 심판 배정에 대해 “100% 신뢰한다”며 “그동안의 업적으로 볼 때 여기 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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