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노가리골목 백년가게, 42년 만에 '씁쓸한 퇴장'

이예원 기자 입력 2022. 12. 2. 20:54 수정 2022. 12. 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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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초가 됐던 호프집이 얼마전 노가리 골목을 떠났습니다. 42년만입니다.

건물 임대 계약이 연장이 안되서인데, 퇴근길 노가리에 맥주잔을 부딪히던 40년 단골들의 추억을 이예원 기자가 밀착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기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지만 보시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노가리골목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이 골목에서의 마지막 행진을 함께하는 겁니다.

1980년 문을 연 이 노포는 노가리골목의 시작이 된 원조 가게입니다.

[최하용/50대 단골손님 : (사장님이) 10시까지 딱 장사하시면서 다 내쫓았어요. 가정에 가서 충실하고 잠을 자고 내일 또 와서 출근하고 일을 해라… 아버지 같은 분이죠. 손님이 손님이 아닌 '자식'…]

[이석제/50대 단골손님 : 할아버지들이 '그래서 내가 말이야, 40년 단골이야!' 그러니까 (저처럼) 30년짜리는 명함 못 내밀죠.]

노포의 세월은 근처 청계천 공구거리의 세월과 함께했습니다.

[이남이/50대 단골손님 :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손님 중) 거의 이 지역 사람들이 한 70% 이상… 단골이다 보니 제 별명이 '직원'이었어요. 단골들은 다 별명이 하나씩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왕서방이랄지. 자석 장사하시는 분은 '자석'.]

경상도에서 올라와 일을 막 배우던 20대 공구상은 이제 60대가 되었습니다.

[하대성/60대 단골손님 : 85년도부터 자주 갔지. 그때는 뭐 거기서 살았지. 저녁에는. 여름에 한 번 먹으면 5천㏄ 먹었어. 왜냐면 고추장이 매우니까.]

[강문원/60대 단골손님 : 저는 소주를 좋아했었으니까 그 어르신이 '우리 집엔 소주 안 팔아!' (그래도) 주변에 있는 사람하고 대화하고…]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2015년엔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2018년엔 중기부가 백년가게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계약 연장이 안되면서 더이상 남아있을 권리가 사라졌습니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은 이른바 '힙지로'라고 불리며 유명해졌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단골들은 씁쓸해합니다.

[하대성/60대 단골손님 : 연탄불에 손수 해서 이렇게 손으로 요즘에 기계로 다 하지만, 손으로 맨날 이거 망치로 두드려서 그거 맛은 잊을 수 없지.]

[강문원/60대 단골손님 : 안줏값이 절대 안 올라. 몇십 년 동안 그냥 그대로 1000원. 노가리. 무조건.]

지난 4월엔 결국 노포가 강제 철거됐는데, 문 닫은 가게 앞으로 단골들이 찾아왔습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한 이런 가게를 보호할 방법을 같이 고민하자는 겁니다.

[이석제/50대 단골손님 : 동네 사랑방 같은 존재. 늘 뭐 아무 때고 편하게 가서 술 한잔할 수 있는 그런 집.]

오랜 세월을 뒤로 하고, 노포는 이제 골목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강호신/노포 점주 : 한 분, 한 분 얼굴들이 다 생각이 나고 오늘은 특히… 그분들 덕분에 저희가 있었지요.]

노포를 지지해온 사람들은 앞으로 관할 구청 앞에서 계속 집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 하나하나가 모여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추억의 가게는 이제 이곳을 떠나지만, 새로운 골목에서 그 의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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