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 지지부진에…한·미·일, 같은 날 독자제재 각각 발표
북 미사일 등 관여 개인·기관 대상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실효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한·미·일이 각각 독자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대북 제재 연대’를 시작했다.
정부는 2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 등에 관여한 개인 8명 및 기관 7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지난달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독자제재 발표는 지난 10월14일에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다.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은 리명훈, 리정원, 최성남, 고일환, 백종삼, 김철 등이며, 기관은 조선은금회사, 남강무역, 조선은파선박회사, 포천선박회사, 뉴이스턴 쉬핑, 안파사르 트레이딩, 스완시스 포트 서비스 등이다.
미국 재무부도 같은 날(현지시간 1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노동당 간부인 전일호·유진·김수길 등 3명을 대북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전일호와 유진은 각각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부장을 지냈고, 김수길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역임했다. 일본도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단체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미·일이 동시에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은 북한의 도발이 강도와 빈도 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유엔 안보리가 이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안보리 대북 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미·일 3국이 독자제재를 취하게 됐다”며 “안보리 차원의 제재보다 효과가 크지는 않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한·미·일을 비롯한 유사 입장국들이 독자제재 대상을 교차·중첩적으로 지정하면서 제재 지정의 효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3국이 동시에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것은 제재의 효과 외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와 3국 간 공조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한·미·일 3국은 앞으로도 독자 제재조치를 계속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대상은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해운·사이버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미·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서방국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북 제재의 ‘그물망’을 촘촘히 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 일본 등 우방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이 핵 개발을 단념하고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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