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같지 않네…쑥스러운 전설들

호날두, 가나전에서 PK 1골뿐
메시는 2골 넣었지만 PK 실축
5골씩 넣던 뮐러는 0골…귀국
지루만 멀티골 ‘노익장’ 발휘

아름다운 피날레를 기대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기세만 눈길을 끈다. 처음으로 겨울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은 살아있는 전설들에게 아쉬움만 남길지도 모른다.

통산 5번째 월드컵에 출전한 포르투갈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는 화려한 골 사냥보다 설화로 몸살을 앓았다. 월드컵 직전 친정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향한 폭로전을 벌인 것이 시작이었다. 포르투갈이 훈련할 때마다 모두 ‘호날두가 왜 그랬나’에 초점을 맞출 정도다. 호날두는 대회 시작이었던 가나전에서 페널티킥(PK)으로 득점한 뒤 별 활약이 없다.

우루과이를 상대한 2차전에서는 브루노 페르난드스(맨유)의 득점 장면에서 자신의 머리가 닿았다고 주장했지만, 공인구 제조사인 아디다스에서 ‘털끝도 닿지 않았다’고 확인받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조별리그 3경기 4골을 넣었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5)는 그나마 낫다. 아르헨티나 주장인 메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문제는 PK다. 득점이나 마찬가지인 PK로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첫 골을 넣었지만, 충격적인 1-2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폴란드와 치른 최종전(2-0 승)에서는 이마저 실축해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에 이어 PK를 두 번 실축한 두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기안이 PK를 네 차례 시도해 절반을 놓쳤다면, 메시는 세 번 중 한 번만 성공해 더 굴욕적이다. 남은 대회 기간 반전의 기회는 있지만 둘은 지금까지 월드컵 16강 이상 무대에서는 한 골도 넣은 적이 없다.

다른 베테랑들도 카타르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다.

우루과이의 주포인 루이스 수아레스(35)는 조별리그 2차전까지 침묵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무려 13경기 7골을 뽑았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공을 잡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정도로 맥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를 제외하면 최고라던 폴란드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도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PK를 실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첫 골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실수로 얻었다. 쑥스러운 생애 첫 월드컵 골이었다.

독일이 자랑했던 토마스 뮐러(33)와 웨일스 영웅 개러스 베일(33)은 충격적인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귀국길에 올랐다.

첫 월드컵이었던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득점왕(5골)에 올랐던 뮐러는 4년 뒤 브라질에서도 5골과 함께 우승을 이끈 해결사였다. 그러나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조차 1골도 넣지 못했다. 에이스의 침묵 속에 독일이 2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뮐러는 아예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베일도 웨일스의 조기 퇴장을 막지 못했지만, 미국전(1-1 무)에서 PK로 첫 골은 기록했다.

그나마 올리비에 지루(35)가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 골잡이 지루는 호주를 상대로 한 첫 경기(4-1 승)에서 멀티골로 3077일 만에 월드컵 득점을 올렸다. 지난 대회 ‘0골 공격수’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지루는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동갑내기 카림 벤제마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