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축구 졌다고 매너까지 져서야…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꼭 20년 전인 2002년 6월 18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과 강호 이탈리아의 월드컵 16강전.
연장전에서 안정환 선수의 극적인 헤딩 골든골로 한반도는 들썩였고, 온 국민은 어깨춤을 추며 하나가 됐습니다.
우리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 뛰던 안정환 선수는 소속 구단주로부터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라는 맹비난과 함께 소송을 당했고, 누군가는 안 선수의 승용차를 다 부숴놨으며, 심지어는 현지 마피아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았습니다.
나흘 전,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광화문광장에 모인 붉은악마 응원단은 비록 가나에 석패했지만,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를 연호했고, 현장도 깨끗이 치워 놓으며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일부 누리꾼들의 작열하는 뒤끝이었습니다. 느닷없이 한국에서 활동 중인 가나 출신 유튜버에게 '너희 나라로 가라, 후진국주제에' 등등 악성댓글로 분풀이를 한 겁니다. 가나 형제는 결국 '가나를 응원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일부 극성팬들은 손흥민 선수의 SNS로 몰려가 '아프면 뛰지 마라, 3차전에는 나오지 마라, 대표팀에서 나가라' 등등의 악플도 달았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안와골절로 최소 한 달 이상의 휴식과 회복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상대 팀의 집중 마크를 받으며 국가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상대팀과 머리를 부딪히거나 넘어져 또 다치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지금 본인의 남은 선수 생활 전부를 걸고 뛰고 있습니다.
피파 랭킹이 올라가고, 국력이 올라가면 뭐 합니까. 우리가 16강에 가더라도 아마 브라질을 만나겠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 과정에는 12번째 선수인 우리 국민도 포함됩니다. 축구 경기에서 졌다고 매너에서까지 져서야 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축구 졌다고 매너까지 져서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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