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혁신 생태계 주체성 더하고 탄력성 갖춰야...원정연구원 16회 포럼 개최
“그동안 큰 줄기에서의 변화 없이 이어진 과기혁신 정책은 많은 장점으로 효과를 낸 부분이 있지만, 그 단점과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사회 전반의 환경이 과연 지식경제 친화적인지를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원로 과학자들이 모인 원정연구원은 1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우리 혁신 생태계: 지식사회 친화적인가?'를 주제로 16회 원정 포럼을 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정성철 원정연구원장은 지난 15회 포럼의 '국가연구개발 40년 혁신생태계에 대한 영향' 발표에 이어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을 깊이 탐구했다. 그러면서 과기 혁신 정책이 우리 '혁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살펴봤다.
정 원장은 혁신 생태계를 '다양한 혁신 주체들의 자발적 상호작용과 교류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피어나는 환경체계'로 정의하며, 과기혁신정책은 혁신을 위한 자원과 규칙(Rules of the Game)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재 혁신 생태계는 곧 과거 혁신 정책의 산물이고, 정책과 혁신 생태계는 '서로의 상호 원인이자 결과'라는 뗴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우리 과기 혁신 정책이 시기를 두고 각론에 차이는 있지만, 큰 줄기는 변화 없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것은 달라져도 정부주도 계획에 기초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징적인 과기 혁신 정책 핵심 기조로 △정부주도 과기 발전 △산업발전위주 과기 정책 △기술주권주의 및 해외 의존 최소화 추구 △재원확보에 계량적 목표 설정 △R&D 자원 전략적 배분(선택과 집중) △성과 중심 연구관리 체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심 공공 R&D △정치제도 변화와 과기정책 단기화 등을 꼽았다.
이들은 다양한 장점을 지녔지만, 단점이나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고 단언했다. 혁신 생태계에 끼친 악영향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주도형 과기 발전의 경우 창의적 연구를 저해하고, 혁신 주체의 정부 의존성을 심화시켰다고 했다. 기술 주권주의는 글로벌 기술혁신 자원 유입 연건을 취약케 했고, R&D 재원의 전략적 배분 기조는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잠재력 강화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출연연 중심 공공 연구개발 기조도 출연연 책임 및 성과에 대한 끊임 없는 논란을 낳고 있고, 매 정권 교체시 과기 기조도 바뀌어 연구가 단기화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혁신 생태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정책 제안도 있었다. 정 원장은 “과기 연구자 역할, 정부 및 혁신 주체 간 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출연연·대학·정부 간 관계를 설정해 그 구조 속에서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상황, 사태에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탄력성' 함양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제 협력을 답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과기 탄력성을 확보하려면 한중일 과학연구공동체와 같이 지역 국가간 국제 연구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평가 제도 개선으로 모험적, 창의적 연구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치-과학 간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정 원장은 “과학기 자원배분권을 가진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자율성이 없으면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과학연구 자율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치권 이해가 필요하고, 과학계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대통령에 대한 것과 같은 '하이 레벨 자문'에만 치중하기보다 원내 정당, 부처,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과학자문관 제도를 도입하는 등 넓은 영역에서 과기 자문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각계의 많은 의견이 있었다.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출연연 통폐합이 거론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부가 과기계를 뒤흔드는 모습이 많이 줄어든게 사실”이라며 과기계가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문위원도 우리 연구자들의 소극성을 지적하며 보다 적극인 모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채영복 원정연구원 이사장(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과기계를 끌고가는 축은 산업계와 공공연구기관·학교로, 두 축의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며 “앞으로 과기계를 끌고갈 주역은 산업계인데, 인력적인 부분은 매우 약하다.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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