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의 카타르시스] 미디어도 대표팀 결과와 '운명'을 함께한다
[편집자주] 카타르시스: 마음 속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해 외부에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 벤투호도 기자도 카타르에서 카타르시스를 마음껏 느낄 수 있기를.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앞서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에선 각 나라 팬들끼리 '암묵적인 서열'이 가려지고, 그 서열은 오로지 각 팀의 이번 대회 성적에서 기인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긴 날, 사우디 팬들이 그 누구도 두렵지 않은 표정으로 전통시장 수크 와키프 광장의 주인이 됐고, 손가락으로 '2-1'을 만들며 천하의 아르헨티나 팬을 놀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뿐 아니라 팬들이 몰리는 도하 곳곳의 관광 명소는 늘 그날 경기서 이긴 나라 팬들의 잔치가 열린다.
1일(이하 한국시간)엔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모로코와 일본 팬들이 전 세계 팬들로부터 "콩그레추레이션" 인사를 들으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런데 팬들만 대표팀 경기 결과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도 자국 대표팀의 성적 및 분위기와 운명을 같이 한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취재진도 펜과 카메라를 들고 있기 이전에 그 나라의 국민이다. 자국 대표팀의 승전보를 전하고 싶고, 활짝 웃는 골 세리머니의 사진을 찍고 싶다.
대표팀이 부진하거나 패한 모습을 보고 기사에 담아야 할 때는 미디어도 마치 내 가족의 아픔을 보듯 쓰리다. 마치 그라운드에서 함께 뛴 것처럼, 기가 죽기도 한다.
사실 이는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를 비롯 어디에서건 마찬가지인데, 세계 여러 나라 기자들과 한데 섞여 경쟁해야 하는 월드컵이다 보니 그 명암이 더 극명하게 엇갈린다.
H조의 경우,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우루과이 기자들의 콧대가 높았다. 예상 선발 라인업을 공유하자고 해도 한국에 관한 정보을 그리 궁금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루과이가 한국전 0-0 무승부를 포함해 1무1패(0득점 2실점)로 부진하자 우루과이 기자들도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알라이얀에 위치한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만난 우루과이 매체 '텔레도체'의 카브레라 라미로 기자는 "우루과이 대표팀은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처음 월드컵을 취재하는데 아직 우루과이의 골도 보지 못했다"며 속상해했다.
반면 한국을 꺾은 가나 기자는 신이 났다. 영국 매체 '내셔널 월드'의 라흐만 오스만 기자는 이번 대회를 취재하는 몇 안 되는 가나 국적 취재진어서, 한국전을 앞둔 훈련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한국은 손흥민과 황희찬을 보유한 좋은 팀"이라는 듣기 좋은 멘트를 반복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하지만 가나가 한국을 3-2로 꺾자, 그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이어 가나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을 나누며 흥겹게 인터뷰를 했다. 수십 명의 한국 취재진은 부럽게 이 장면을 바라봐야만 할 뿐이었다.
덧붙여 한국을 부러워하는 다른 나라의 미디어도 있다. 이번 월드컵엔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나라에서도 많은 취재진이 카타르를 찾았다.
중국 매체 '첸징 이브닝 뉴스'의 종취안취안 기자는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는 중국 팬들의 축구를 향한 관심이 커진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카타르에 왔다"고 현장 취재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에서 대표팀 취재를 할 수 있는 한국 기자들이 부럽다"면서 "중국은 언제 월드컵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해 친분을 쌓인 레바논 매체 '쿠라'의 나세르 기자는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겹치지 않아) 갈 수 있는 모든 경기를 다 갔다"면서 미디어 티켓 묶음을 자랑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대표팀 훈련재도 취재해야 해서 그렇게 많은 경기를 보러 갈 시간이 없다"는 대답에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미 2승을 확보, 16강을 예약한 포르투갈 기자들은 지금까지 만난 모든 기자 중 가장 여유가 있었다.
이들은 한국전을 앞두고도 한국에 대한 궁금함은 전혀 없고 자국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만 관심이 있었다.
급한 쪽은 우리였다. 한국 취재진이 달라붙어 묻고 또 물어야 겨우 대답을 해줬다. 두 대표팀의 현재 상황과 순위표가 그대로 대변됐다.
한국전을 앞둔 훈련장에서 만난 포르투갈 매체 'TVI'의 카르도소 카타니나 기자는 놀라운 이야기도 전해줬다.
그는 "포르투갈 기자들 중 약 20%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취재하고, 나머지 80%는 포르투갈 대표팀 일정까지만 카타르에 머문다"면서 "그들은 대부분 4강 또는 8강 일정까지 출장이 예약돼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자신감은 포르투갈이 4강 혹은 8강 정도까지는 갈 것이라는 확신에 기인하고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취재진이 우선은 조별리그 3차전까지의 여정으로 출장을 준비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대표팀이 여기서 여정을 마감하면 대부분의 한국 기자들의 월드컵 현장 취재도 이렇게 끝이 난다는 뜻이다.
일부 취재진은 "이제는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면서 한국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포함한 대부분이 벤투호가 16강에 진출해 기쁜 마음으로 귀국하는 항공편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
좋은 경기력을 펼치고도 결과가 따르지 않은 벤투호처럼, 이대로 끝나기엔 취재진도 너무 아쉽다.
벤투호와 운명을 같이 하는 취재진도 도하에서 아직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즉석밥도 아직 많이 남았다. 포르투갈전, 파이팅이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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