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연인이 되거라” 지쳐 병들어가는 현대인이여 [Books]
급변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구석기 시대의 본성 배워라”
당신이 오후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거나, 음식 앞에서 이성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DNA에 새겨진 본능에 충실한 것뿐이다.
구석기인들은 하루에 길어야 3시간 일하면 하루나 이틀 먹거리를 마련했다. 사냥한 고기는 금세 썩고 과일 역시 보관이 힘들었기에 식량을 비축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재산이 없으니 계급도 빈부격차도 없었다. 적게 노동하면서 즐기는 삶. 현대인이 꿈꾸는 삶이 아니던가.
구석기인의 행복은 신석기시대 농업혁명으로 끝났다. 전쟁으로 농토를 확보하고 숲을 개간하고 물을 대는 관개사업을 해야 했다. 농사는 말 그대로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쉴 수 없는 노동이었다.
이 책은 21세기 현대인에게 수렵채집인의 지혜를 배우라고 조언한다. 헤더 헤잉과 브렛 웨인스타인 부부는 프린스턴대 초빙 교수로 함께 일하고 태평양 연안부터 아마존까지 세계를 탐험하며 정글과 모닥불에서 발견한 지식을 팟캐스트 ‘다크호스’를 통해 전하고 있는 진화생물학자다. 의학, 음식, 수면, 성, 짝짓기 문제에 관한 진지한 충고를 건네는 이 책은 무엇보다도 행복에 이르는 방법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인류의 진화는 만능 재주꾼(Generalist) 대신 특수한 능력(Specialist)을 기르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전문화된 개인들은 수천 년 전 모닥불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집단의식을 탄생시켰다. 물질적·문화적 전통을 쌓아 올렸고 연결성이 혁신의 뿌리가 됐다. 그렇게 문명을 만들어냈다.
현대인은 과학기술, 의학, 교육을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까지도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정치적 불안과 허약한 건강 상태, 무너진 사회 체계 속에 살게 됐다. 오늘날의 문제는 ‘지나치게 새롭다(hyper-novel)’는 것.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건 변화에 적응하는 탁월한 능력이었지만, 어느덧 그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졌다. 이 책은 ‘인지 부조화’가 인류를 병들게 한다고 진단한다. 속도를 늦추고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는 법은 본성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역사상 가장 안락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울과 불안, 혐오, 대립으로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진화라는 렌즈로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현대인이 최초의 신세계 이주민의 딜레마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깨닫게 한다.
예를 들어 1주일 내내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면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과 성인 당뇨병의 위험이 증가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물론 아니다. 의학과 환원주의는 특히 현대인의 건강에 복합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가 뜰 땐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는 권고를 받을 만큼 현대인은 해를 꺼린다. 하지만 햇빛에 덜 노출되면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률이 올라간다. 해를 피하고 비타민D를 섭취하는 행위는 사망률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으로 이 책은 몸의 통증에 귀 기울이고 산책과 야외 활동으로 몸을 매일 움직이며, 우리가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주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또한 방향제와 향수는 몸에서 나는 냄새 신호와 감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비행기는 공간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기술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과도한 새로움은 위험을 부른다는 말이다. 모닥불을 연구하던 학자답게 음식은 인간에게 사회적 윤활유임을 강조한다. 혼밥은 우리와 음식을 연결해주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진 않는다는 조언과 함께.
삶이 오로지 번식을 위한 것이라면 번식하기까지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까. 37개 문화를 대상으로 배우자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모든 문화권에서 여자는 수입이 높은 남자에 호감을 느꼈고 남자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에 관심을 보였다. 이유는 오직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남기기 위함이었다. 양성이 모두 하룻밤 관계만 즐기게 된다면 그 사회는 단기 이익에 집중하느라 위험과 장기적 양육 비용을 안 보이게 밀쳐둘 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낳는다. 예를 들어 쉬운 섹스를 부추기는 사회는 사랑에 있어서 감정적 교류와 사회적 소통을 무시하는 ‘성적 자폐증’을 낳게 된다. 예를 들어 이 책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포르노그래피는 단기간의 성 활동 외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 전략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이밖에도 종교가 생존에 필요한 이유를 비롯해 맹장은 왜 사라지지 않았을지, 전쟁은 왜 일어날지, 인류는 기술적 성장에 집착하는지 등의 난제를 진화생물학자의 시각으로 답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세계가 복잡해질수록 만능재주꾼, 즉 제너럴리스트의 출현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분야의 도구를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낭만적인 처방전 같지만, 적어도 유전자에 새겨진 본성을 따르는 건 현대인의 건강에는 분명 약이 될 것 같았다. ‘적게 일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는 MZ세대도 환호하는 덕담이 아니었던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홍준표, 文 직격 “대통령일 땐 충견처럼 흔들던 檢…이젠 겁나나” - 매일경제
- “그동안 행복했다”…16강 좌절 충격 받은 독일 선수, 무슨 뜻? - 매일경제
- 이재용도 입었다...‘아재 패션’ 푹 빠진 2030, 활기 띈 아웃도어 시장 - 매일경제
- 인기 해외여행 도시 톱5가 전부 이 나라…이유 알아보니 - 매일경제
- “박지현 네가 뭔데, 출당하라”…野게시판에 청원글 8600명 넘었다 - 매일경제
- “VAR이 큰 웃음 줬다”…일본 살린 역전골 조롱하는 일부 팬 - 매일경제
- ‘닥터둠’ 루비니 교수 “부채·기후·지정학 얽힌 초거대 위협의 시대” - 매일경제
- 노재팬 사라진 유니클로...명품 협업에 또 수십명 줄섰다 [르포] - 매일경제
- 대통령 소파에서 나온 7억 돈다발에 野 “탄핵”...혼돈의 남아공 - 매일경제
- 亞 최초 2회 연속 16강! 일본, 스페인에 역전 승리…독일 또 탈락 [카타르월드컵]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