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뒤 미래에서 온 탐험대 “루브르, 누구 집이 이리 커?”

한겨레 2022. 12. 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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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아래 묻힌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 탐험대의 이야기다.

이번 탐험대를 이끄는 개의 이름은 헐크다.

과거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탐험대는 얼음이 무너진 곳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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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빙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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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기다린 시간을 더하면 꼬박 하루를 쓰고 도착한 중남미의 도시에서 전시장과 호텔을 오가고 있다. 이렇게 멀리 오면, 언제 올지 모르니 하나라도 눈에 더 담아 보려고 한다.

머물고 있는 호텔은 쓰인 재료나 생김새로 보면 만들 때 들였던 자원의 양이나 공이 상당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감에 쓰인 대리석이나 목재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위에 앉은 시간의 두께를 발견한다. 갈고 닦지 않아 바랜 대리석에 녹슨 쇠가 박혀 있던 자국이 여기저기 있다. 거기에 박혀 있던 막대들의 쓰임새를 상상해 본다. 화장실의 기물 배치가 지금과 달랐던 것은 분명한데 용도를 파악하기 힘든 자국들도 있다. 수도꼭지의 수압이 센데, 낡은 샤워기의 물은 쫄쫄 나오는 원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전시장 가는 길의 보도는 세월에 눌려 깨진 곳이 많다. 엉터리 고고학자는 며칠간 오간 이곳이 한때 부유했으나 그 후엔 내리막길을 걸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빙하시대>에는 엉터리 고고학자의 지적 유희에 흥미로운 재료들이 잔뜩 담겨 있다. 고고학은 흔히 과거를 다루는데 발견된 물건들이 놓인 사회적 맥락은 사라진 경우가 많아서 해석의 폭이 넓다. 어지간히 아귀를 맞추지 않으면 추측이 사실과 어긋나기 십상이다. 이 만화에서는 미래 시점을 잡아 현재를 추측한다. 현재의 우리가 그 추측이 얼마나 맞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배경은 1천년 뒤. 기후변화로 지구가 얼어붙었다. 얼음 아래 묻힌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 탐험대의 이야기다.

지구에 닥친 재앙으로 1천년 전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우연히 얻은 천 조각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기도 한다. 실제로는 마르세유의 올랭피크 축구팀 마크일 뿐이다. 축구팀 구호, ‘골대를 향해 돌진 ’을 ‘곧장 목표를 향해 ’라는 뜻으로 새긴다. 단순히 팀 이름의 약자로 만들어진 로고에 숨겨진 심오한 뜻을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기술은 남아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과 말을 나누는 개는 만들었다. 인간과 종을 넘어선 사랑을 이루는 것을 꿈꿀 정도로 엉뚱하고 똑똑하다. 이들은 유물의 연대를 가늠할 수 있는 코를 가지고 있어 과거를 찾아 떠난 고고학적 탐험의 길잡이로 안성맞춤. 이번 탐험대를 이끄는 개의 이름은 헐크다. 유래는 모른다. 과거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탐험대는 얼음이 무너진 곳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발견했다.

루브르 박물관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엉뚱한 추측이 난무하지 않았을 텐데. 무너진 곳부터 두서없이 진입해서 전시물들을 만나니 더 종잡을 수가 없다. 도대체 이 건물은 누구의 집이었을까? 집에 이런 그림을 걸어 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여인들은 벌거벗고 있지? 날씨가 따뜻했나? 날아다니는 인간은 유전자 조작의 산물인가, 아니면 특별한 기계가 있었을까? 수천년 역사의 산물을 한곳에 모아둔 곳에 던져졌을 때, 압도적인 이미지들 속에서 해석의 방향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만화를 읽는 내내 스스로 탐험대가 되어, 만나는 그림과 유물들에 대한 엉터리 고고학적 유희를 맘껏 즐겼다.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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