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수험생처럼 책상에 콕 박혀 시만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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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을 쓰면서 시(詩)한테 제가 많이 혼났어요."
20년 만에 새 시집 <너에게 전화가 왔다> 로 돌아온 원태연 시인(사진)은 "시를 어떻게 쓰는지 까먹었을 정도였다"며 "수험생처럼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물도 잘 안 마시고 책상 앞을 지킨 끝에 다시 시를 썼다"고 했다. 너에게>
"작가가 인사말만 새로 써도 반가운 게 팬인데 뭘 망설여요?" 원 시인은 그에게 "다음 책으로 한 페이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을 시집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시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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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詩' 엮은 <너에게 전화가 왔다>
"한 장도 허투루 안 쓴다" 각오 너에게>
“이번 시집을 쓰면서 시(詩)한테 제가 많이 혼났어요.”
20년 만에 새 시집 <너에게 전화가 왔다>로 돌아온 원태연 시인(사진)은 “시를 어떻게 쓰는지 까먹었을 정도였다”며 “수험생처럼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물도 잘 안 마시고 책상 앞을 지킨 끝에 다시 시를 썼다”고 했다. 그가 13개월간 쓰고 고친 초고는 한글 프로그램 파일로 1300페이지에 달한다.
원 시인은 “손 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같은 감성적 시로 1990년대를 풍미했다. 그의 시는 소셜미디어의 원조 ‘싸이월드’를 도배했다. 원 시인은 “당시 변호사가 찾아와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걸면 떼돈을 벌 테니 소송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며 “나도 어느 시가 좋으면 편지에 적어 보내곤 하니까 이해해주자 싶었다”고 했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등 그의 시집은 수백만 부 이상 팔린 걸로 추산된다.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히 모르는데, 버스를 타면 제 책을 읽는 사람을 꼭 만나곤 했죠.”(웃음)
그는 2000년대 이후 작사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으로 활동해왔다. 외면했던 시를 20년 만에 다시 마주한 건 어느 독자와의 약속 때문이다. 사인회에서 만났는데 옛 연인과 이름이 같은 걸 인연으로 친해진 독자였다. 원 시인은 3년 전 옛 시와 새로운 시를 섞어 책을 내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걱정돼 그에게 전화로 생각을 물었다.
독자가 답했다. “작가가 인사말만 새로 써도 반가운 게 팬인데 뭘 망설여요?” 원 시인은 그에게 “다음 책으로 한 페이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을 시집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시집을 완성했다. 그는 “좋은 영화를 보면 ‘이거 대체 누가 만든 거야’ 궁금해지지 않느냐”며 “독자들이 시집을 읽으며 시인 원태연을 궁금해했으면 한다”고 했다.
100% 사랑 시만 모았다. 원태연표 감성은 그대로지만, 표현은 담백해졌다. 그는 “어느 순간 ‘쓸 때가 아니라 들어낼 때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예컨대 ‘버퍼링’ 시는 숱한 퇴고 끝에 일곱 글자만 남았다. “끊어진다//마음/이”
‘감수성 끝판왕’으로 불리는 원 시인은 “요새 언어가 참 살벌해졌다”고 느낀다.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하고, 감성을 조금만 드러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타박한다. 그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아마 대부분은 자기만의 감성을 잃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 것”이라고 했다.
시인이 오랜 시간 앓아온 난독증은 남들과는 다른 언어 감각을 선물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표현을 그가 낯설게 받아들이거나, 거꾸로 남들에게 낯선 표현을 그는 익숙하게 떠올린다. 난독증협회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다음 책으로 “낱말의 뜻을 제 감성과 해석대로 풀어쓴 사전 비슷한 책을 한 번 내고 싶다”고 했다. “한 20년 안 썼더니 이제 더는 쉬지 않고 쓰고 싶어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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