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이강철에게 온 문자 한 통… 손발 맞는 kt, 진짜 강호로 도약할까

김태우 기자 2022. 12. 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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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오른쪽)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프런트의 믿음을 증명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둔 새벽,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뒤척이던 이강철 kt 감독은 새벽 2시에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나도현 kt 단장이었다. 이 감독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깜짝 놀랐다가, 메시지 내용을 보고 내심 미소를 지었다. 프런트가 자신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이 감독이 고민한 건 외국인 좌완 웨스 벤자민을 1차전에 쓰느냐 마느냐였다. 벤자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린 10월 13일에 사실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3위 다툼이 이어진 탓에 10월 10일 NC전에 선발로 나와 77구를 던지며 이미 소모를 했다. 1차전에 등판한다면 이틀 휴식밖에 없었다. 정상적인 구위가 나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자칫 승부처에서 투입했다가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정규시즌 4위인 kt는 설사 1차전에서 지더라도 2차전에 한 번 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현역 시절부터 단기전 경험이 많은 이 감독은 어찌됐건 1차전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벤자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은 무렵, 밤 늦은 시간까지 프런트 회의에서 격론을 마친 나 단장은 “감독님, 벤자민 쓰시죠”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감독이 1차전의 모든 구상을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선택은 적중했다. 벤자민은 3-2로 앞선 8회 등판해 소크라테스 최형우 김선빈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kt가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벤자민이 모든 것을 다 불태운 것인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더 이상은 힘들겠다고 하더라”고 미소 지었다. kt는 그렇게 KIA의 도전을 한 판에 따돌렸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달성한 kt는 올해 팀 프런트 요직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한 나도현 단장을 승격시키며 프런트의 새 수장을 맞이했다. 이 감독은 나 단장 취임 당시 호흡에 대해서는 자신했다. 여러 업무에서 이미 나 단장과 여러 논의를 해본 적이 있었고, 능력에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됐다. 새벽 2시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양자는 허물이 없었다.

사실 kt는 모기업 구조상 어마어마한 돈을 쓸 수 있는 팀은 아니다. 팀 페이롤은 리그에서 중간 정도다. 이 감독도 이런 구단의 사정을 이해했다. 대신 틈새를 찾아보기로 했다. 양쪽의 의견이 일치된 선수가 바로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박병호였다. 모두가 하락세라고 했지만 kt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3년 30억 원 계약은 1년차부터 원금의 상당수를 회수한 성공적인 계약이 됐다.

프런트는 박병호가 반등할 수 있다는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이 감독은 프런트를 믿었다. 반대로 프런트는 “이강철 감독이라면 박병호를 반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같은 선수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감독은 이미 그런 능력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캠프 당시부터 “박병호는 4번 타자다. 4번 타자는 4번을 쳐야 한다”고 밀어붙였고, 박병호는 올해 홈런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오프시즌을 앞두고도 내야 보강이 필요했던 kt는 여러 내야수들을 조사했다. 다만 박민우의 경우 구단의 예산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았고,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이라는 딱지가 있었다. kt 모기업은 후자를 바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감독도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다른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적당한 가격에 김상수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한 kt는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볼 수 있는 김상수를 영입해 이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kt는 이 감독 부임 이후 4년간 매년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으며, 최근 3년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21년은 통합우승의 대업도 이뤘다. KBO리그의 막내로서 동네북이었던 이미지에서는 이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4년의 성과로 ‘진짜 강호’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꼭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조금 더 지속적으로 이어 갈 필요가 있다. 손발이 잘 맞는 kt 현장과 프런트가 이제 다음 목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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