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도하의 기적', 이제 한국 차례다…3일 0시 포르투갈을 넘어라
벤치 못 앉는 벤투 "준비했던 대로 잘 해낼 것"
(도하(카타르)=뉴스1) 이재상 기자 = 이웃나라 일본이 강호 독일, 스페인을 연파하고 '도하의 기적'을 썼다. 이제는 벤투호가 배턴을 이어 받을 차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을 갖는다.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의 대결이다.
현재 1무1패(승점 1)를 기록 중인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포르투갈(2승·승점 6)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우루과이(1무1패·승점 1)-가나(1승1패·승점 3)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복잡한 계산을 떠나 일단 포르투갈은 꺾어야한다.
포르투갈과는 지금껏 딱 1차례 만났는데 한국이 이겼다. 그 승리가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긴 것이다. 현재 사령탑인 벤투 감독도 당시 포르투갈 대표로 뛰었다.
이제 한국은 20년 만에 다시 승리에 도전한다.
이웃국가 일본이 '죽음의 조'였던 E조에서 강호 독일,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한 것도 한국에게는 큰 자극이자 동기부여가 된다. 모두가 힘들다고 예상했던 조에서 1위로 16강에 오른 일본을 보면서 태극전사들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은 이날 벤투 감독이 퇴장 징계로 벤치에 앉지 못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8일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2-3 패)을 마친 뒤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벤투 감독은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대신 세르지우 수석코치가 팀을 이끈다. 벤투 감독은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준비했던 대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한국은 4년 전 '카잔의 기적'을 이번에 '도하의 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했으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당시 FIFA랭킹 1위였던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바 있다.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은 "4년 전과 심정이 비슷하다"면서 "우린 더 이상 뒤로 갈 곳이 없다. 앞으로만 나가야 한다. 선수들 모두 간절하고, 그러한 간절함이 경기장에서 표출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안와골절 부상에도 검정 마스크를 쓰고 대회에 임하고 있는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나폴리), 황인범(올림피아코스) 등 최정예 멤버로 포르투갈전 승리를 노린다.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고,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후방을 든든하게 지킨다.
중앙 수비수이자 핵심 자원인 김민재의 종아리 부상이 변수지만 가나전에서도 그랬듯 강한 책임감과 투혼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은 1~2차전에서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결장했던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에서 돌아온 것이 호재다. 도하 입성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계속 고생했던 황희찬은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하며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올라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이전과 같이 4-2-3-1 또는 4-4-2로 나설 것이 유력한 가운데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던 황희찬이 복귀한다면 손흥민과 함께 좌우 측면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에는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조규성(전북)이 다시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이며 2선에는 이재성(마인츠) 또는 이강인(마요르카)이 배치돼 연결고리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는 '골든 보이' 이강인이 첫 선발로 나설지 여부도 기대를 모은다. 이강인은 가나전에서 후반 12분 교체로 들어간 지 1분 만에 조규성의 헤딩골을 도왔다.
중원에는 변함없이 황인범과 정우영(알사드)이 호흡을 맞출 것이 예상되며, 포백으로는 왼쪽부터 김진수(전북),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전북)이 출전할 전망이다. 골키퍼 장갑은 변함없이 김승규(알샤밥)가 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은 일부 선수들의 로테이션 가능성도 있으나, 조 1위를 확정하기 위해 한국전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 패해 조 2위가 될 경우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포르투갈도 한국전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은 간판이자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선발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하파엘 레앙(AC밀란), 곤살로 라모스(벤피카) 등 백업들도 만만치 않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호날두의 출전 가능성은 50대50 정도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통해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호날두는 경기를 하루 앞둔 팀 훈련에서 비교적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한국전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나아가 양 팀을 대표하는 주장이자 나란히 '7번'을 달고 뛰는 손흥민과 호날두의 맞대결도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흥미로운 장면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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