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로 샀다간 낭패"… 신차 계약서 찢는 소비자들
최고 10%로 뛰어 부담 급증
할부금리, 출고시점에 적용해
1년 넘게 기다리다 포기도
취소물량 후순위 계약자 배정
출고대기 기간은 조금씩 단축
"최근 1년 동안 신차를 계약한 사람이 100명이라면 그중 10~20명은 계약 취소를 문의하고 있습니다. 12개월 이상 출고 대기는 기다릴 수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할부 금리는 견딜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자동차 판매대리점 대표 A씨)
"작년 말만 해도 36개월 기준 연 2~3%였던 신차 할부 금리가 지금은 연 7~8%까지 올랐습니다. 자동차가 급하게 필요한 것도 아닌데 무리하는 것 같아 계약을 취소했습니다."(30대 직장인 B씨)
자동차 할부 금리가 연초 대비 3~4배 급등하면서 신차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신차 출고가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할부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자동차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자동차업계와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차를 구입할 때 최대 1억원까지 카드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 할부 금리는 연초 2%대에서 현재 7~10%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계약 시점이 아닌 출고 당시 고정 금리로 정해지는데,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신차를 계약한 소비자가 지금 차량을 받는다면 이자 부담이 3~4배 커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차량 가격 5000만원인 그랜저를 사면서 이 중 20%를 현금으로 선납하고 나머지 80%를 금리 3%에 36개월 할부로 결제한다면 매달 내야 할 금액은 약 115만원이다. 3년간 실제 내는 이자 총액도 18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달 같은 가격의 차량을 구입할 때 금리 8%가 적용된다면 월 납부금은 125만원, 3년간 이자 총액은 약 510만원으로 급격히 오른다. 소비자로선 할부 금리가 높아진 만큼 신차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반 소비자는 물론 법인에서도 잇달아 신차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영업점 직원 C씨는 "렌터카 업체가 대량으로 차량을 발주한 뒤 할부 금리가 부담된다면서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최근 6개월 새 법인 물량 중 30% 이상 계약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신차 계약 취소 사례가 늘어나도 당장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대기 물량이 여전히 밀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주문 대기량은 현대차가 약 100만대, 기아는 약 120만대이다. 계약이 취소된 물량이 나오면 후순위에 있는 대기자에게 해당 차량이 배정되는 구조여서 당장 판매량 수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취소분이 늘면서 최근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은 줄어드는 추세다. 차종별로 보면 아반떼 1.6 가솔린의 예상 출고 대기 기간은 지난달 계약 기준 10개월에서 이달 9개월로 줄었고,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24개월에서 이달 20개월로 단축됐다. 매달 늘어났던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 터보의 출고 대기 기간은 지난달에 이어 30개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고금리 영향으로 이미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신차 출고 기간이 지체되면서 한때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역전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중고차 플랫폼 업체 케이카에 따르면 현대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4세대의 중고차 가격은 지난 10월 3939만원에서 11월 3889만원으로 낮아졌다. 롯데렌탈의 중고차 경매 브랜드 롯데오토옥션은 자체적으로 집계하고 있는 '중고차 종합 가치 지수(LUPI)'가 10월 1183포인트에서 11월 1167포인트로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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