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레즈네바 "본능적으로 마음 울리는 게 바로크 음악의 매력"

예술의전당서 3~4일 '한화클래식' 무대
일곱살 때까지 사할린서 자라…"좋은 기억 많아"

율리아 레즈네바. (한화클래식 / Ksenia_Zasetskaya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바로크 음악이 어려운 장르일 수 있지만, 본능적으로 가슴을 울리는 음악인 만큼 마음의 문만 열려 있다면 빠질 수 있을 겁니다."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33)는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무대에서 나의 음악을 나누는 순간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이 귀중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레즈네바는 3~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화클래식 2022'에서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고음악의 매력을 꾸준히 소개해온 한화클래식의 10번째 무대다.

레즈네바는 바로크 음악계의 독보적인 성악가인 엠마 커크비,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계보를 잇는 소프라노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난도 기교와 넓은 스펙트럼을 무기로 현재 바로크 음악을 표현하는 최고의 성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율리아 레즈네바. (한화클래식 제공)

그는 바로크 음악이 연주자에게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준다는 점에서 재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바로크 음악 작곡가들은 연주자에게 꾸밈음을 붙이도록 한다든지 즉흥으로 선율에 변화를 주도록 했어요. 연주자에게 많은 부분의 자유를 허용한 거죠. 똑같은 곡으로 여러 번 무대에 올라도 매번 느껴지는 감동이 다른 것도 매력적입니다."

사할린 태생으로 일곱 살까지 현지에서 자란 그는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 동네에 한국 친구들이 많아서 김치 등 한국식 반찬들도 자주 먹었죠. 좋은 기억이 있는 만큼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행복해요."

이탈리아 바로크 연주를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인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이번 공연은 비발디 오페라 '주스티노' 중 서곡으로 막을 올린다. 이어 포르포라 오페라 '시팍스' 중 '파도에 휩싸인 배처럼', 그라운 오페라 '코리올라누스' 중 '사랑하는 네가 없다면', 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스' 중 '사랑스러운 고독이여'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이 쓴 아리아를 만날 수 있다.

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율리아 레즈네바. (한화클래식 제공)

레즈네바는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연이 주로 이뤄지는 유럽에 거주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고 무거워요. 갑자기 일상이 깨진 기분도 들고요. 특히 러시아 음악가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안부를 물어주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위안이 돼요. 마음이 어지럽지만, 주어진 공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음악가로서의 사명이기도 하죠. 평화롭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