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리모델링 사업의 위험성
◆ 매경춘추 ◆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대유행이다. 몇백 가구 소규모 단지에서 3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까지 너도나도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유사하게 철저한 용적률 게임이다. 신축 당시에 비해 현재의 허용 용적률이 상향됐기 때문에 지금 사는 아파트 면적을 늘리면서 추가 증축을 해 자기 돈을 안 들이거나 조금 들이고 재산 가치를 올리는 머니 게임이다. 재건축 연한이 안 됐거나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리모델링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험한 제도로 용어부터 국적 불문이다. 보통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내·외부 마감을 약간 손보는 것인데, 국내의 경우 모든 것을 철거하고 구조체조차도 30% 이상 철거한다. 그리고 수평으로 증축하고 심지어 수직으로 3개 층까지 증축하는 것이다.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내력벽(구조벽) 구조로 복도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이를 수평으로 증축하고 복도형을 계단형으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구조벽 철거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적·관리적 과제가 등장한다. 증축을 위해 기초를 보강해야 하고,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들기 위해 건물 인근을 깊게 파야 하며, 구조체 철거 시 붕괴 위험성도 있다. 공사 과정에서도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현재 내진구조 기준이 매우 강화된 점도 해결 과제다. 대상 아파트들이 벽식이고 층고가 낮아 층간 소음 문제 해결도 어렵다. 또한 신축보다 공사비가 10% 이상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옛날 평면을 앞뒤로 늘리는 것이니 통풍, 채광 문제도 있으며 평면의 유연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현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는 주민, 조합, 대형 건설업체, 설계자 등이 이해관계를 함께하고 있고 심지어 수많은 대학교수가 적극 관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도 제도를 변경해 가며 리모델링 확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형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필자는 시민 502명이 희생되고 10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10주기, 20주기에 맞춰 1년씩 전문가들과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가 안전해졌는지 공개 세미나를 개최하고 연구 결과를 두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당시 두 번의 연구 결과는 모두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고 삼풍 사고는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였다.
세월호 사고, 올해 초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어쩌면 이태원 사고도 제2·제3의 삼풍 사고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험사회이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는 기술 문제와 관리 부실 문제에서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사고는 관리 부실에서 발생한다. 수많은 기술 문제, 관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아파트 리모델링 제도는 대안을 강구하고 폐기함이 옳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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