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이로… 무적함대 침몰
아웃 같았던 볼 살려 결승골
VAR 판정끝에 골 인정받아
亞 최초 2대회 연속 예선 통과
日 팬들 "임시 공휴일 만들자"
'전차군단' 독일을 잡은 것은 기적의 서막에 불과했던 것일까. 일본 축구가 '무적함대' 스페인까지 꺾으면서 죽음의 조라고 불리던 E조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일본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스페인에 2대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2승1패를 기록한 일본은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두 대회 연속 16강을 자축하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조 1위로 16강을 차지한 것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 일본 이후 20년 만의 일이고, 두 대회 연속으로 16강에 오른 것은 일본이 최초다. 또 일본은 통산 월드컵 6승의 한국을 누르고 7승 고지에 오르면서 아시아 최다승 기록까지 가져가게 됐다. 한국이 일궈냈던 4강 신화만 제외하면 월드컵 누적 성적에서 일본이 앞서가게 됐다.
상대방보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기회를 노리는 패스축구 대신 실리축구로 전환을 택했던 일본의 방식은 이날도 유효했다.
1차전에서 독일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끈질긴 압박을 통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일본은 이날도 똑같이 효율적인 실리축구를 보여줬다.
스코어마저 동일한 2대1 역전승이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페드리, 가비(이상 FC 바르셀로나) 등 패스와 볼 점유에 더욱 능한 상대를 만난 만큼 맞불을 놓기보다 일단 센터백 3명을 선발 라인업에 넣고 수비를 강화하며 때를 기다렸다.
전반 11분 스페인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헤더 선제골이 터졌지만 일본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빠르게 결과를 가져왔다. 후반에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호브 앤드 앨비언) 등 유럽파 공격수를 대거 투입한 일본은 3분 만에 도안의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또다시 3분 뒤에는 미토마의 패스를 받은 다나카 아오(포르투나 뒤셀도르프)가 연달아 득점하며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골을 넣는 과정에서 미토마가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에 공이 라인을 넘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석에서도 모니터 화면을 보며 각국의 기자들이 넘었다, 안 넘었다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모호한 상황이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심판진은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공에 내장된 칩 분석 결과가 없었다면 육안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기술마저 일본의 편이었다.
FIFA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일본의 점유율은 14%에 불과해 월드컵 역사상 가장 낮은 점유율의 승리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록한 26%보다도 점유율이 크게 낮지만 결국 축구는 골대 그물을 출렁여야 이기는 경기였다. 반대로 스페인은 무려 78%라는 일방적인 점유율을 갖고도 허무하게 패배했다.
첫 번째 골 과정에서 위치를 잘못 잡아 중거리 슈팅을 막지 못했고, 두 번째 골 장면에서 패스를 실수한 골키퍼 우나이 시몬(아틀레틱 빌바오)의 실책 또한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
결국 일본은 독일과 스페인에 모두 승리를 거두며 이 두 경기가 열린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을 일본 축구의 성지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11년 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를 꺾고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곳이기도 하기에 일본 축구는 이곳에만 가면 더욱 좋은 성적을 내는 셈이다.
같은 시간 열린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는 한때 코스타리카가 2대1로 독일을 앞서면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독일과 스페인의 동반 탈락까지 점쳐졌지만 결국 독일이 4대2로 역전하면서 스페인이 조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제 일본은 조 1위로 F조 2위 크로아티아를 상대하고, 스페인은 F조 1위 모로코를 만나게 된다.
지난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선수 5명을 바꿨다가 0대1로 패하고 비판받던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단숨에 일본의 명장으로 격상됐다. 일본 축구팬들은 '모리야스 미안해'란 글을 올리며 사과했고,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임시공휴일을 선사한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임시공휴일을 만들어 달라는 즐거운 요구까지 이어갔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전반은 괴로움의 연속이었지만,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뤄 끈질기게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며 "이제 8강을 향해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카타르/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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